<판결요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제1호에서 정한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사망’으로 인정하려면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증명이 있는 경우에 포함된다. 이때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과의 인과관계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5.28. 선고 2019두62604 판결 등 참조).

또한 업무상 질병을 통상적으로 치료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합병증도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질병’으로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고(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제1항제2호 라.목), 그 합병증으로 사망한 경우에도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03.4.11. 선고 2002두12922 판결 등 참조).

 

【대법원 2021.2.25. 선고 2020두36168 제1부 판결】

 

• 대법원 제1부 판결

• 사 건 / 2020두36168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 원고, 상고인 / A

• 피고, 피상고인 / 근로복지공단

• 원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20.2.14. 선고 2018누65462 판결

• 판결선고 / 2021.02.25.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제1호에서 정한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사망’으로 인정하려면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증명이 있는 경우에 포함된다. 이때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과의 인과관계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5.28. 선고 2019두62604 판결 등 참조).

또한 업무상 질병을 통상적으로 치료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합병증도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질병’으로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고(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제1항제2호 라.목), 그 합병증으로 사망한 경우에도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03.4.11. 선고 2002두12922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의 배우자인 망 B(이하 ‘망인’이라고 한다)은 C생으로 1995.2.3. 주식회사 D에 입사하여 2009.8.21.부터 광명·부천 지역의 택배물을 집배송하는 경인택배지점 부천택배센터에서 운영과장으로 근무하면서 간선차량 관리·비용정산 등 물류감독 업무를 수행하였다.

 

나. 망인의 근무형태는 07:00부터 18:00, 08:00부터 19:00, 09:00부터 20:00, 10:00부터 22:00의 하루 2시간 의무연장 및 순환근무제이고, 토요일에는 교대로 당직근무를 하며, 일요일은 휴무이다.

 

다. 망인이 최초 단백뇨 등을 진단받은 2014.9.24.자 건강검진 이후의 망인의 근무내역을 보면, 1주간은 총 업무시간 68.5시간, 2주간은 52시간, 3주간은 51시간, 4주간은 60시간, 5주간은 51시간이었다.

 

라. 망인은 위 건강검진 결과에 따라 2014.10.21.부터 같은 달 23.까지 E의원에서 추가검사를 실시하여 ‘상세불명의 폐렴, 단백뇨 NOS, 기타 고지질혈증’ 진단을 받았다. 의사 소견에 따라 정밀검사를 위해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에 입원하여 2014.10.30.부터 2014.11.4.까지 신장조직검사를 받아 ‘미만성 막성 사구체신염이 있는 신증후군’(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고 한다) 진단을 받았다.

 

마. 망인은 안정을 요한다는 의사 소견에 따라 2014.11.5. 연차휴가를 사용한 뒤, 2014.11.6. 출근하여 12시간 근무를 하였으나, 다음 날인 2014.11.7. 갑자기 발생한 복부통증으로 일산병원에 내원하여 이 사건 상병의 합병증인 '신장정맥의 색전증 및 혈전증’ 진단을 받고 2014.11.13.까지 입원치료를 받았다. 망인은 2014.11.14.부터 2014.11.18.까지 사이에 3일간 출근하여 매일 12시간씩 근무하였고, 그 후 이틀 결근 후 2014.11.21.부터 2014.11.26.까지 사이에 4일간 출근하여 매일 12~13시간씩을 근무하였으며, 2014.11.26.부터 2014.12.11.까지 이 사건 상병의 악화로 입원치료를 받았다.

망인은 위 입원기간 동안 사무실 전화가 망인의 전화로 착신전환되어 있는 상태에서 고객·거래처 등의 전화를 받고, 망인의 업무처리를 돕는 F 대리와 전화 또는 메신저로 업무관련 연락을 주고받는 한편, 사무실의 업무용 노트북을 입원실에 가져와 간선 운행일지, 운행내역, 운임정산 등을 직접 정리하여 보고하는 등의 업무를 처리하였다.

또한 망인은 입원 하루 만에 센터장이 연차휴가가 아닌 병가 처리를 하도록 지시하였다거나 치료가 장기화되면서 망인과 센터장 사이에 불화가 있다는 소문이 돈다는 이야기를 듣고, 휴대전화 메모장에 자신의 괴로운 심정을 적거나, 수첩에 ‘산재문의, 인재 쪽 질문, 노동부 질의(인신공격)’라고 기재하기도 하였다.

 

바. 망인은 2014.12.9.부터 휴직(병가)하였고, 2014.12.11. 퇴원 이후 자택에서 요양을 하던 중 2015.1.11. 갑작스러운 고열 발생으로 일산병원에 다시 입원하여 ‘폐렴’으로 진단을 받고, 인공호흡기 치료 등의 적극적인 집중치료와 기관절개술을 시행받았음에도 2015.2.7. 19:35에 폐렴으로 사망하였다.

 

사. G협회의 2019.10.24.자 사실조회 회신에 의하면, 이 사건 상병의 합병증으로 신장정맥 혈전증이 발생하는 것은 잘 알려진 현상이고, 망인과 같이 단백뇨의 양이 매우 많거나 신장정맥 혈전증 등의 합병증이 동반된 경우 면역억제제를 사용하도록 권고되며, 망인의 직접적인 사인인 폐렴은 이 사건 상병에 대한 면역억제제 치료 후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아. G협회의 2019.12.17.자 사실조회 회신에 의하면, 이 사건 상병은 매우 다양한 임상경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진단 당시 단백뇨의 양과 신장 조직검사에서의 조직변화 정도에 따라 달라지나, 20~30%의 경우에는 치료 없이 단백뇨가 소실되기도 하고, 심한 경우는 단백뇨가 지속되면서 말기신부전에 이르는 경우도 있으나 이러한 경과는 대체로 수년에 걸쳐서 진행한다. 일본 학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949명의 일본인 환자를 평균 83.3개월 간 추적관찰하였을 때 추적관찰 기간에 이 사건 상병이 말기신부전으로 진행한 환자는 8.3%였고, 5년 이후에 말기신부전으로 진단되지 않을 확률은 95.8%, 20년 이후에 말기신부전으로 진단되지 않을 확률은 60.5%라고 하였다(20년 이후 말기신부전으로 투석을 시행한 환자가 10명 중 4명 정도이다). 이 연구에서 추적관찰 기간 사망한 환자는 4.3%였고, 20년 이후 환자의 생존률은 90.4%라고 하였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이 사건 상병을 진단받은 환자가 진단 후 3개월 이내에 사망할 가능성은 높다고 보기 어렵다.

 

3. 이러한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망인의 업무와 사망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여지가 크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망인은 2014.9.24.자 건강검진을 받기 전까지는 만 49세의 건강한 성인 남성으로 평소 특별한 기초질환 없이 정상적인 근무를 해왔는데, 2014.9.24.자 건강검진에서 단백뇨 등 신장 기능 이상이 확인된 후 불과 1개월여 만에 신장 기능이 급격히 악화되어 이 사건 상병의 진단을 받았다.

 

나. 망인이 부천택배센터의 운영과장으로서 담당한 물류감독 업무는 체력 소모가 많은 업무는 아니지만, 망인이 수년간 만성적으로 하루 10시간을 초과하여 업무를 수행하여 왔던 점, 택배센터의 근무환경 내지 분위기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상병 발병시점을 전·후하여 망인에게 업무로 인한 육체적·정신적 피로가 상당히 누적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신장 기능의 이상이 확인된 2014.9.24.자 건강검진 이후에도 망인이 한 달 넘게 평소처럼 장시간 근무를 계속 수행하다가 신장 기능이 급격하게 악화되어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한 점이 특기할 만하다.

 

다. 망인은 이 사건 상병을 진단받은 이후로도 충분한 휴식이나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업무에 복귀하였다가, 불과 3개월 만에 이 사건 상병이 급격하게 악화되어 합병증인 폐렴으로 사망하였다.

 

라. 망인은 이 사건 상병 발병 이후 안정·휴식이 필요하다는 의사 소견에도 불구하고 입원 치료 후 하루 정도 쉬거나 아니면 입원치료 후 바로 출근하여 업무에 복귀하여 평소와 같이 근무하였고, 심지어 입원치료 기간 중에도 업무용 노트북을 이용하여 자료를 정리하고 보고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망인이 의사 소견을 따르지 않고 업무에 즉시 복귀한 것은 부천택배센터의 업무부담에서 비롯된 것이고, 위와 같은 치료 기간 중의 업무 수행은 망인에게 큰 육체적 부담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망인은 치료 기간 중의 연가 처리 문제나 센터장과의 불화 소문 등으로 상당한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받은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스트레스도 업무와의 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다.

 

마. 결국 망인은 신장질환을 가진 상태에서 장시간 근로 등으로 인한 육체적·정신적 과로의 누적으로 개인의 기질적 질환이 단기간 내에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되어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였고, 망인은 이 사건 상병 발병 이후에도 제대로 요양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업무 및 휴직 처리, 상사와의 갈등 등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다가 이 사건 상병이 다시 단기간 내에 급격하게 악화되어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업무상 요인 외에는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여 급격하게 악화될 만한 요인을 찾기 어렵다.

 

4.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상병 발병 전·후로 망인이 수행한 업무가 육체적으로 과중한 업무로 보기 어렵고, 망인의 폐렴 발병은 망인의 개인적 요인과 면역억제제 치료에 기인한 것으로 보일 뿐 업무에 내재한 위험이 현실화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망인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의 발병 및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업무상 재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홍구(재판장) 이기택 박정화(주심) 김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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