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협력업체들이 원고와 공동수급하거나 원고로부터 하도급받은 승강기 설치공사 현장에서 현장소장 등의 작업거부에 따라 승강기 설치공사가 중단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작업거부는 각 협력업체가 원고와 체결한 도급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써 원고와 각 협력업체의 관계나 상당한 기간 동안 승강기 설치공사와 관련된 도급비가 제대로 인상되지 않았던 사정들에 비추어 이러한 작업거부가 법규를 위반한 것이거나,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를 위반한 행위라고 보기도 어려워 제3자에 의한 채권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함.
【대전고등법원 2024.7.18. 선고 2023나15798 판결】
• 대전고등법원 제2민사부 판결
• 사 건 / 2023나15798 손해배상(기)
• 원고, 항소인 겸 피항소인 / A
• 피고, 피항소인 겸 항소인 / B
• 제1심판결 /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23.10.24. 선고 2021가합104620 판결
• 변론종결 / 2024.06.27.
• 판결선고 / 2024.07.18.
<주 문>
1.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3. 소송 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는 제1심 공동피고 C, D, E, F, G, H와 공동하여 원고에게 17,132,573,628원 및 이에 대하여 2021.9.23.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가. 원고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670,565,844원 및 이에 대하여 2021.9.23.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제1심판결 중 제1심 공동피고 C, D, E, F, G, H에 대한 부분은 전부 패소한 원고가 항소하지 않아 그대로 분리·확정되었다).
나. 피고
주문 제1항과 같다.
<이 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승강기 제작·설치공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이고, ○○ 설치법인 대표협의회(이하 ‘대표협의회’라고만 한다)는 승강기 설치공사를 원고와 공동수급하거나 원고로부터 하도급받아 수행하는 총 128개사의 협력업체(이하 ‘협력업체’라고 한다) 중 제1심 공동피고였던 C, E, G가 포함된 76개사로 구성된 단체이다.
한편 각 협력업체에 소속된 현장소장들은 대표협의회와는 별도로 A 설치소장 협의회(이하 ‘소장단협의회’라고 한다)를 조직해 대표협의회에 그들의 의사를 전달해 왔는데, 피고는 2021년도 소장단협의회 회장이었다.
나. 원고와 대표협의회는 승강기 설치공사를 통해 협력업체가 원고로부터 받아야 할 도급비를 협상을 통해 주기적으로 결정해 왔고, 소장단협의회는 대표협의회를 통해 그 협상에 관여해 왔다.
다. 원고와 대표협의회 사이의 2022년도 도급비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자 소장단협의회는 2021.7.15. 대표협의회에 ‘현 수준에서 도급비가 71.4% 이상 인상될 수 있도록 요구하며, 2021.8.22.까지 요구가 반영되지 않을 경우 2021.8.23.부터 승강기 설치공사 작업을 중지한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라. 이에 대표협의회는 2021.7.19. 운영진 회의를 개최하여 ‘2022년도 도급비 50% 이상 인상 요구’를 결정한 후 2021.7.20. 및 2021.8.2. 각 공문을 통해 원고에게 ‘2022년도 도급비 50% 이상 인상, 안전관리비 추가 지급, 공동근로복지기금 증액‘을 요구하였는데, 대표협의회가 보낸 위 각 공문에는 소장단협의회의 위 2021.7.15. 자 공문이 첨부되어 있다.
마. 그럼에도 도급비 협상의 진척이 없자 피고는 2021.8.7. 소장단협의회를 개최한 후 다른 현장소장들과 함께 ’2021.8.23.부터 원고의 각 공사현장에서 승강기 설치공사 작업을 거부하기‘로 하는 내용의 결의를 하였다.
바. 원고가 2021.8.12. 대표협의회에 ‘추석 명절 후(2021.9.22. 이후) 즉시 협상에 임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자 대표협의회는 2021.8.17. 원고에게 ‘2021.8.13.에 있었던 대표협의회 정기총회에서 결정한 바에 따라 소장단협의회의 결정사항을 존중하여 2021.8.23.부터 작업을 거부하기로 하나, 다만 원고와의 협상에도 계속 응할 준비는 되어 있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사. 한편 피고는 2021.8.17. 소장단협의회 회원들의 모임인 ‘네이버밴드’에 “(8월) 22일 모든 현장 철수 23일 각 사무실 사표 제출, 각 사무실에서는 4대 보험 및 상해보험 철회 후 총파업 투쟁 시작합니다. 현장 출입은 패트롤팀을 제외한 어떠한 경우도 불가하오니 참고 바랍니다. 패트롤팀 적발 시 소속 사무실도 피해가 가게끔 사장단과 협의하겠습니다(예: 복지기금수혜 중단)”라는 내용이 포함된 글(이하 ‘2021.8.17. 자 게시글’이라고 한다)을 게시하였다.
아. 결국 대표협의회에 소속된 협력업체들이 원고와 공동수급하거나 원고로부터 하도급받은 승강기 설치공사 현장에서 2021.8.23.경부터 2021.9.23.경까지 현장소장 등의 작업거부에 따라 승강기 설치공사가 중단되었다(이하 위 약 한 달 간의 작업거부를 ‘이 사건 작업거부’라고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3, 4, 6호증, 을 제1, 2, 3, 28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경우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변론 전체의 취지
2.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요지
피고는 소장단협의회 회장으로서 2022년도 도급비 인상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원고의 협력업체들로 하여금 전국 각지에 있는 원고의 승강기 설치공사 현장에서 철수하고, 작업을 거부하도록 기획, 지시, 주도하였는데, 특히 공사현장을 순회하면서 협력업체나 그 소속 직원들의 승강기 설치작업 거부 상황을 감시 및 강요하는 이른바 ‘패트롤팀’을 조직·운영하는 방법으로 개별 현장소장 또는 근로자들의 자유의사와 무관하게 작업 중단을 강제하였고, 이로 인해 원고의 승강기 설치공사가 약 한 달 동안 전면 중단되었다. 이러한 피고의 행위는 형법상 업무방해 또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위법한 제3자의 채권침해로서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작업거부로 인해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관련 법리
일반적으로 채권에 대해서는 배타적 효력이 부인되고 채권자 상호간 및 채권자와 제3자 사이에 자유경쟁이 허용되므로 제3자에 의하여 채권이 침해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바로 불법행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거래에서 자유경쟁 원칙은 법질서가 허용하는 범위에서 공정하고 건전한 경쟁을 전제로 하므로, 제3자가 채권자를 해친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법규를 위반하거나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를 위반하는 등 위법한 행위를 하여 채권의 실현을 방해하는 등으로 채권자의 이익을 침해하였다면 불법행위가 성립한다. 채권침해의 위법성은 침해되는 채권 내용, 침해행위의 양태, 침해자의 고의나 해의 등 주관적 사정 등을 참작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하되, 거래자유 보장의 필요성, 경제·사회정책적 요인을 포함한 공공의 이익, 당사자 사이의 이익 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21.6.30. 선고 2016다10827 판결 참조).
다. 판단
피고가 회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소장단협의회가 대표협의회와 원고 사이의 2022년도 도급비 협상에 관여하였고, 2021.8.7.에는 ‘2021.8.23.부터 원고의 각 공사현장에서 승강기 설치공사 작업을 거부하기‘로 결의한 사실, 피고가 2021.8.17. 자 게시글을 작성한 이후인 2021.8.23.경부터 약 한 달 간 이 사건 작업거부가 실제 발생한 사실은 위 기초사실에서 본 것과 같다. 그러나 앞서 본 증거들과, 갑 제5, 10, 51, 52호증, 을 제5 내지 11, 28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소위 ‘패트롤팀’을 운영하는 방법 등을 통해 개별 현장소장 또는 근로자들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억압하고, 강제로 이 사건 작업거부에 참여하게 하는 등 원고의 업무를 위법하게 방해하였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1) 원고는 “피고가 원고의 개별 공사현장에서 승강기 설치작업 거부 상황을 감시·강요하는 2인 1조로 구성된 패트롤팀을 조직·운영하면서 이 사건 작업거부를 주도하였다.”고 주장하며 이를 입증할 주된 증거로 갑7, 42, 43, 44, 68호증을 제출하였다.
우선, 갑 제7호증은 ‘두 명으로 구성된 패트롤(감시단)을 구성해 24일부터 매일 현장 투입하여 사진 촬영을 하라’는 내용이 기재된 메모인데, 작성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고, 메모의 내용만으로는 실제 패트롤팀이 구성되어 승강기 설치작업 거부 상황을 감시·강요한 것인지 여부나 이에 피고가 관련된 것이 있는지 여부를 전혀 알 수 없어 원고의 위 주장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가령 위 메모와 같이 2인 1조로 구성된 패트롤팀이 구성되어 현장을 촬영하였다고 하더라도, 사진 촬영만으로는 개별 현장소장 또는 근로자들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억압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두 번째로, 갑 제42, 43, 44호증은 모두 현장 지사장들이 작성한 진술서로 ‘현장소장들(경남지사 소속 I, 중부지사 소속 J, 대전지사 소속 K)이 패트롤 감시활동을 하였다’는 내용인데, 역시 각 진술서의 내용만으로는 어떻게 패트롤팀이 구성되어 개별 근로자들의 작업 중단을 강제케 한 것인지 여부나 이에 피고가 실제 관련되었는지 여부를 알 수 없어 원고의 위 주장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세 번째로, 갑 제68호증은 피고와 다른 현장소장 L이 소장단협의회 회원들의 모임인 ‘네이버밴드’에 게시한 글들인데, 그 내용이 소장단협의회 회의 소집을 한다거나(갑 제68호증의 1, 2), 원고와의 협상을 잘 했으면 한다는 것(갑 제68호증의 3으로 위 게시글에는 ‘패트롤 돌며 나름 열심히 파업에 동참하고 이번 협상을 절실하게 끌어가고 싶은 1인입니다’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지만, 역시 이로써는 실제 패트롤팀이 구성된 것인지조차 알 수 없다)에 불과하여 원고의 위 주장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2) 비록 피고가 소장단협의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2021.8.23.부터 패트롤팀을 통해 작업 중지를 감시할 것인데, 작업을 계속하는 경우 불이익을 주겠다‘는 내용의 2021.8.17. 자 게시글을 작성하기는 하였지만, 앞서 본 것과 같이 위 게시글의 내용대로 실제 패트롤팀이 구성되어 활동하면서 이 사건 작업거부에 참여하지 않은 현장소장들에게 작업중지를 강요하거나 불이익을 준 것이 있는지 여부가 불분명하여 이 게시글의 내용으로는 피고가 이 사건 작업거부를 주도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게다가 이 사건 작업거부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현장소장에게 가해질 수 있는 불이익이라며 위 게시글에서 언급된 것도 ’복지기금수혜 중단‘에 불과한데, 원고가 협력업체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보이는 복지기금의 분배를 피고가 실제 중단시킬 수 있는지 여부도 불분명하다.
3) 피고는 ’이 사건 작업거부 기간 동안 총 1,085개 공사현장에 있는 근로자들을 철수하게 하고 각 공사현장을 순회하면서 승강기 설치작업을 하지 못하도록 감시 및 강요하는 패트롤팀을 조직해 승강기 설치작업 거부 상황을 점검하며 각 공사현장의 현장소장 및 근로자들로 하여금 승강기 설치작업을 중단하게 하였다‘는 내용의 업무방해죄로 기소되어 현재 재판(인천지방법원 2024고단2784)을 받고 있지만, 그 공소장(갑 제67호증)에도 피고가 어떻게 각 공사현장의 현장소장 및 근로자들의 승강기 설치작업을 방해하였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지 않다.
특히 전국에 있는 총 1,085개 공사현장에 있는 수많은 근로자들을 감시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조직적으로 다수의 패트롤팀이 구성되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피고가 소속된 소장단협의회가 그러한 조직력을 갖추고 있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다.
4) 오히려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원고로부터 승강기 설치작업을 도급받은 주체는 협력업체들인바, 협력업체들 중 76개사로 구성된 대표협의회는 수차례 회의를 통해 구성원들 사이의 의사합치로 이 사건 작업거부에 참여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한 것으로 보이는 점(갑 제2, 4, 5호증), ② 대표협의회 운영진들인 D(제1심 공동피고인 C의 대표이사), F(제1심 공동피고인 E의 대표이사), H(제1심 공동피고인 G의 사내이사)은 원고의 고소로 경찰 조사를 받을 당시 ’현장소장들이 패트롤팀을 구성하였는지 모르거나, 패트롤팀이 구성된 적이 없다‘고 진술한 점(을 제28호증), ③ 앞서 본 것처럼 소장단협의회가 이 사건 작업거부 당시 전국 총 1,085개 공사현장에 있는 근로자들을 감시할 만한 조직력을 갖춘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작업거부는 피고의 강압이 아닌 각 개별 협력업체 또는 각각의 현장소장들의 스스로의 결정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보일 뿐이다.
5) 게다가 이 사건 작업거부라는 것은 결국 각 협력업체가 원고와 체결한 도급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인바, 원고와 각 협력업체의 관계나 상당한 기간 동안 승강기 설치공사와 관련된 도급비가 제대로 인상되지 않았던 사정들에 비추어 이러한 작업거부가 법규를 위반한 것이거나,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를 위반한 행위라고 보기도 어렵다.
라. 소결론
이처럼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업무방해 또는 제3자의 채권침해 행위를 하였음이 인정되지 않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작업거부로 인하여 원고가 손해를 입었는지 여부 등을 살필 필요도 없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 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문봉길(재판장) 장정태 이혜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