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법원 2022.12.1. 선고 2020가합62951 판결】
• 인천지방법원 제11민사부 판결
• 사 건 / 2020가합62951 임금
• 원 고 /
• 피 고 / 인천○○공사
• 변론종결 / 2022.09.15.
• 판결선고 / 2022.12.01.
<주 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 기재 ‘개인별 청구금’란 기재 각 돈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는 지방공기업법에 의하여 도시철도와 자동차 등 교통관련 시설의 건설과 운영을 통하여 시민 편익 향상과 도시교통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공기업이고, 원고들은 피고 소속 직원으로 근무하다가 2019.6.30. ~ 2020.6.30. 사이에 퇴직한 근로자들이다.
나. 피고의 임금피크제 도입 및 시행
1) 피고와 인천○○공사 노동조합(이하 ‘노동조합’이라 한다)은 2015.9.30. 임원, 무기계약직, 기간제계약직, 청원경찰 등 공사 직제상 정원 외 관리대상을 제외한 정원 내 전 직원들의 정년(60세)을 보장하는 것을 전제로 정년 도래 3년 전부터 임금을 일정 비율로 감액하는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기로 합의하였고, 2015.10.경 ‘임금피크제 세부운영사항’을 작성하였으며, 임금 감액 비율은 아래와 같다. <표 생략>
2) 피고는 2015.12.8. 피고의 ‘보수 및 복리후생규정’과 ‘보수 및 복리후생규정 시행내규’를 각 개정하여 임금피크제와 관련된 규정을 신설하였고, 이 사건과 관련된 내용은 아래와 같다. <아래 생략>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7, 8호증, 을 제1 내지 3, 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가. 원고들의 주장 요지
1)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근로계약에서 정한 임금을 삭감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데, 임금피크제 시행에 대한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근로자인 원고들이 개별적으로 동의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원고들에 대하여는 임금피크제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개별 근로계약이 우선하여 적용된다.
2)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연령을 이유로 합리적인 근거 없이 근로자를 차별하여 강행규정인 헌법 제11조제1항,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이라 한다) 제4조의4 제1항과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에 정해진 동일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임금의 원칙을 각 위반한 것이어서 무효이다.
3)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시행되지 않았더라면 원고들에게 지급되었을 임금과 기지급된 임금의 차액인 별지 기재 ‘개인별 청구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판단
1) 개별 근로계약 적용 여부
가) 관련 법리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변경된 취업규칙은 집단적 동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기존의 개별 근로계약 부분에 우선하는 효력을 갖는다고 할 수 없다. 이 경우에도 근로계약의 내용은 유효하게 존속하고, 변경된 취업규칙의 기준에 의하여 유리한 근로계약의 내용을 변경할 수 없으며,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가 없는 한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근로계약의 내용이 우선하여 적용된다(대법원 2019.11.14. 선고 2018다200709 판결 참조).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4조, 제94조 및 제97조의 규정 내용과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 위와 같은 법리는 근로자와 사용자가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을 상회하는 근로조건을 개별 근로계약에서 따로 정한 경우에 한하여 적용될 수 있는 것이고, 개별 근로계약에서 근로조건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있는 경우에는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는 근로조건이 근로자에게 적용된다(대법원 2022.1.13. 선고 2020다232136 판결 참조).
나) 판단
앞서 든 각 증거와 을 제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비추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및 사실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을 상회하는 근로조건을 개별 근로계약에서 따로 정하였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전제로 한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1) 원고들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전인 2015.9.25. 피고와 사이에 개별 근로계약서를 각 작성하였는데, 근로계약서 제3조(임금) 제가.항은 ‘임금은 취업규칙(보수 및 복리후생규정) 등에 따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2)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들에게는 개별 근로계약에 근로조건이 구체적으로 정하여져 있지 아니한 상태로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는 근로조건이 적용되고, 원고들의 근로조건 중 임금에 관한 부분도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내용으로 하는 취업규칙의 개정, 시행으로 이와 연동해 변경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들이 피고로부터 매년 행정안전부의 임금인상가이드라인에 따른 노사협상결과가 반영된 피고 보수규정의 개정에 따라 증가된 임금을 받아왔다는 사실만으로 원고들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임금에 관한 개별적인 근로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
2)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효력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1)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은 강행규정에 해당하므로, 취업규칙이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 등과 관련하여 근로자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차별하는 내용을 정하고 있는 경우 이는 무효이다. 임금피크제가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의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무효인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5.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참조).
고용의 영역에서 나이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여 헌법상 평등권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려는 고령자고용법상 차별 금지 조항의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하면, 구 고령자고용법(2020.5.26. 법률 제1732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고령자고용법’이라 한다) 제4조의4 제1항은 강행규정에 해당하고, 단체협약,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에서 이에 반하는 내용을 정한 조항은 무효이다.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구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이른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그 조치가 무효인지 여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5.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참조).
(2)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제1항은 ‘사업주는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하여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동일 가치의 노동’이라 함은 당해 사업장 내의 서로 비교되는 노동이 동일하거나 실질적으로 거의 같은 성질의 노동 또는 직무가 다소 다르더라도 객관적인 직무평가 등에 의하여 본질적으로 동일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노동에 해당하는 것을 말하고, 동일 가치의 노동인지 여부는 직무 수행에서 요구되는 기술, 노력, 책임 및 작업조건을 비롯하여 근로자의 학력·경력·근속연수 등의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9.3.14. 선고 2015두46321 판결, 대법원 2020.11.26. 선고 2019다262193 판결 참조).
나) 판단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으로 정년퇴직일로부터 3년 이전의 시점에 달한 일정한 연령의 근로자들은 개별적인 업무성과 등에 관계없이 일정한 연령에 이르렀다는 사정만으로 임금이 감액되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의 임금에 관하여 차등을 두는 경우에 해당한다.
그러나 앞서 든 각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거나,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로서 고령자고용법이나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1) 공공기관의 임금피크제는 공공기관의 연공서열에 따른 급여체계로 인해 연령별 생산성 수준 등이 보수에 적절히 반영되지 않고, 특히 고령자고용법의 개정으로 2016년도부터 근로자의 정년이 60세로 상향됨에 따라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증가하는 한편 신규채용이 감소하는 등 여러 문제점이 발생하자, 고령자 임직원의 인건비부담을 완화하고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고안되었다. 임금피크제는 고령 노동자들의 고용 유지 및 안정, 청년층들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 및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고령 노동자들의 임금을 일부 축소하는 대신 정년을 연장 또는 보장하여 이들의 지속적인 경제활동을 보장하는 한편, 이로써 절감되는 재정을 신규 고용 창출에 제공하여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고 청년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모든 세대의 상생을 목표로 하는 제도이다. 이러한 임금피크제의 유형에는,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연장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정년연장형’이나 근로자의 정년퇴직 이후 계약직 등의 형식으로 고용하는 대신 임금을 조정하는 ‘고용연장형’ 뿐만 아니라,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정년을 보장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정년보장형’도 포함되어 있다.
(2) 고령 근로자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하기 위하여 2008.3.21. 법률 제8962호로 ‘사업주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에게 임금 등을 차등 지급해서는 아니 된다.’라는 내용의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가 신설되었다. 다만 같은 법 제4조의5도 신설하여, ① 직무의 성격에 비추어 특정 연령기준이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경우, ② 근속기간의 차이를 고려하여 임금이나 임금 외의 금품과 복리후생에서 합리적인 차등을 두는 경우, ③ 고령자고용법이나 다른 법률에 따라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정년을 설정하는 경우, ④ 고령자고용법이나 다른 법률에 따라 특정 연령집단의 고용 유지·촉진을 위한 지원조치를 하는 경우에는 제4조의4에 따른 연령차별로 보지 않는 것으로 정하였다.
또한 위 각 조문의 신설 경위에 관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검토보고서에는 ‘고령자고용법 또는 다른 법률에 따라 특정 연령집단의 고용유지·촉진을 위한 지원조치를 하는 경우에 연령차별로 보지 않음. 이는 특정 연령층과 관련하여 현재 존재하는 차별의 시정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적·사회적 차원의 우대조치로 인해 연령에 따른 대우의 차이를 정당한 것으로 하기 위한 것으로 보임. 예컨대 정년연장을 위한 임금피크제, 정년 이후의 재고용 지원 등의 조치를 취한 경우가 이에 해당할 수 있음. 이와 같이 다른 연령집단에는 존재하지 않는 특정 연령집단에 고유한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우대조치는 차별의 예외로 인정하여야 할 것임’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3) 피고는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의 퇴직금 손실을 방지하기 위하여 임금피크제 적용 전 퇴직금 중간정산을 실시하고, 퇴직연금 대상자는 기존 확정급여형에서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으로 전환하여 퇴직금 손실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려고 하였다. 또한, 임금피크제 대상자 중 59세(퇴직 1년 전)가 도래한 자에 한하여 직책·직무를 반납하고 공로연수를 받을 기회를 제공하였다. 이로써 정년퇴직일 1년 이내인 임금피크제 대상자는 6개월 또는 1년간 근로를 제공하지 않으면서도 급여를 그대로 받으면서 퇴직 후 사회적응에 도움이 되는 민간연수기관, 특수대학원, 직업 전문학교 및 학원 등에서 연수(여행, 휴식 등의 개별 활동과정을 보장하기로 하였다)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4) 일반적으로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정년 연장에 따른 급격한 인건비 상승부담이 경감되고, 간접적으로는 근로자 신규채용이 증가되거나 적어도 유지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실제 피고도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절감한 재원을 이용하여 별도 정원을 신규 채용하였다(아래 표와 같다). 2018.경부터는 누적 신규 채용인원에게 지급하여야 할 인건비 총액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절감하는 인건비 총액을 초과하기 시작하였고, 이에 피고는 2022.경 인천광역시에 별도 정원의 일부 축소를 요청하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절감한 재원이 본래 목적 달성에 사용되지 아니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표 생략>
(5) 원고들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전의 원고들 자신들을 그 비교 대상으로 하여,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전후로 원고들이 제공하는 노동은 그대로임에도 불구하고 시행 후의 임금은 시행 전보다 삭감되었으므로, 이는 남녀고용평등법에서 정하고 있는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에서 정하고 있는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 원칙’이라 함은 앞서 본 바와 같이 근로자의 학력·경력·근속연수 등 근로자 개인의 개별적인 요소들뿐만 아니라 근로 제공의 시점과 상황 등 모든 요소를 고려하여 그 가치가 같다고 인정되는 노동에 대하여는 같은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것이지(즉 같은 시기에 같은 근로환경에서 같은 내용의 근로를 제공하는 서로 다른 근로자나 근로집단 사이에서 임금의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이다), 근로 제공의 시기나 주변 여건의 변화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오직 제공되는 근로의 내용이나 제공하는 근로자가 동일하다면 기존의 임금이 계속 보장되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하기 어렵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전에 제공된 원고들의 근로와 시행 후에 제공되는 원고들의 근로는 그 근로 제공의 시기가 다를 뿐만 아니라, ‘60세 정년 법정 의무화’라는 근로환경이 서로 다른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어서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 원칙이 적용되어야 할 비교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 소결론
원고들에게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서 정한 임금을 상회하는 금액을 정한 개별 근로계약이 존재한다거나,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무효로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들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3. 결론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판사 정창근(재판장) 정승진 박승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