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하나의 사업장 내 하나의 노동조합만 존재하는 경우에도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고,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 절차를 생략한 채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 공고를 명할 수 없다


【대법원 2024.3.28. 선고 2023두49387 판결】

 

• 대법원 제2부 판결

• 사 건 / 2023두49387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공고 이의신청 사실의 공고에 대한 재심결정취소

• 원고, 피상고인 / 유한회사 A

• 피고, 상고인 /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 피고보조참가인 / B노동조합

• 원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23.6.23. 선고 2022누54285 판결

• 판결선고 / 2024.03.28.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재심결정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및 노동위원회 시정명령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숙희(재판장), 이동원, 김상환(주심) 권영준

 


 

【서울고등법원 2023.6.23. 선고 2022누54285 판결】

 

• 서울고등법원 제10행정부 판결

• 사 건 / 2022누54285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공고 이의신청 사실의 공고에 대한 재심결정취소

• 원고, 피항소인 / 유한회사 A

• 피고, 항소인 /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 피고보조참가인 / B노동조합

• 제1심판결 / 서울행정법원 2022.6.17. 선고 2021구합79636 판결

• 변론종결 / 2023.05.12.

• 판결선고 / 2023.06.23.

 

<주 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중앙노동위원회가 2021.8.5.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C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 공고 이의신청 사실의 공고에 대한 시정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결정을 취소한다.

2.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 유>

1.  재심결정의 경위

 

이 법원이 이 부분에 관하여 기재할 이유는 제1심 판결의 해당 부분 기재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이 사건 재심결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1) ① 이 사건 시정신청은 종전 시정신청과 같은 취지의 신청을 거듭 제기한 것이거나 노동위원회의 각하 판정이 있은 후 종전 시정신청을 취하하였다가 다시 제기한 경우에 해당하는 점(노동위원회규칙 제134조제5호 및 제60조제1항제5호), ② 참가인이 원고에게 2021.5.26.자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 공고에 대한 이의신청을 한 사실이 없어 위 확정 공고에 대한 시정신청을 할 당사자적격이 없는 점[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시행령 제14조의5 제2항, 제4항], ③ 단수노조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에 따른 절차를 거쳤더라도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지위를 취득할 수 없는바, 이 사건 시정신청이 인용되어 참가인을 교섭요구 노동조합으로 확정하더라도 참가인이 원고 사업장 내에서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지위를 취득할 수 없으므로, 참가인의 단체교섭권이 침해될 여지가 없어 신청 이익이 없는 점 등은 이 사건 시정신청의 각하사유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이와 달리 이 사건 시정신청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이 사건 재심결정은 위법하다.

2)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3에서 정한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에 관한 규정은 하나의 사업장 내에 복수의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 따라서 참가인이 원고 사업장 내 유일한 노동조합으로 존재하였던 2021.5.10.경을 기준으로 원고가 참가인의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와 달리 판단한 이 사건 재심결정은 위법하다.

3) 설령 원고에게 참가인의 2021.5.10.자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할 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 절차를 생략한 채 ‘참가인을 교섭요구 노동조합으로 확정한 사실을 공고하라’는 시정명령을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재심결정은 위법하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다. 판단

1) 이 사건 시정신청이 적법한지 여부

이 사건 시정신청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적법하다. 따라서 원고의 이 사건 시정신청이 각하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다.

가) 앞서 본 바와 같이, 종전 시정신청과 이 사건 시정신청은 궁극적으로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 공고문을 게시하라는 것이어서 신청취지가 유사하기는 하나, 갑 제1호증의 1, 2, 갑 제2, 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종전 시정신청은 원고가 위반한 법령으로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3 제1항(노동조합교섭요구 사실의 공고)을 들고 있어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에 대한 시정신청서’로 보이고, 이 사건 시정신청은 원고가 위반한 법령으로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5 제1항, 제2항(교섭요구 노동조합의 확정)을 들고 있어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공고 이의신청 사실의 공고에 대한 시정신청서’로 보이므로, 그 위반 법령과 신청취지가 달라 서로 동일한 신청이라고 볼 수 없는 점, ② 나아가 종전 시정신청에 대하여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각하 결정을 하였는바, 원고가 적정한 시기에 교섭요구 사실 공고 및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 공고를 하지 아니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판단되지도 않은 점, ③ 종전 시정신청 사건은 결정서가 참가인에게 송달되기 전 참가인이 취하서를 제출하면서 노동위원회규칙 제75조제2항에 따라 취하로 종결되었고, 별도의 결정서가 작성되지도 않았던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시정신청이 노동위원회규칙 제134조제5호, 제60조제1항제5호에 따라 각하되어야 한다고 할 수 없다.

나)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5는 교섭요구 노동조합의 확정 절차에 관하여, 교섭을 요구한 노동조합은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 공고 내용이 자신이 제출한 내용과 다르게 공고되거나 공고되지 아니한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해당 공고기간 중에 사용자에게 이의를 신청할 수 있고(제2항), 위 이의신청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신청한 내용대로 공고를 하지 아니하거나 해당 노동조합이 신청한 내용과 다르게 공고를 한 경우에는 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요청할 수 있다고 정하면서, 시정 요청 기간은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이의 신청에 따라 공고를 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다르게 정하고 있다(제4항).

살피건대, 참가인이 원고의 2021.5.26.자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 공고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이의를 제기하지는 아니하였다. 그러나 한편, 을가 제3호증의 1, 2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참가인은 원고가 2021.5.18.자 교섭을 요구한 노동조합을 참가인과 소외 노조로 한 교섭요구 사실 공고를 하자, 2021.5.19. 원고에게 ’원고가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 공고문을 게시하여야 하는 일자에 교섭요구 사실 공고문을 게시하였기에 시정을 요청한다.‘는 내용의 이의 신청을 하고, 이어 2021.5.25.에 ’원고가 사내에 공고한 교섭요구 사실공고를 2021.5.18. 게시하기에 이의를 제기하며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공고문으로 변경하여 시정 공고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는데도 불구하고 시정공고를 하지 않고 있기에 재차 시정 공고를 요구한다.‘는 내용으로 다시 이의 신청을 한 사실, 그러나 원고는 이에 상응하는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 공고를 하지 아니한 채 2021.5.26. 교섭요구 노동조합을 참가인과 소외 노조로 확정한다는 공고를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참가인의 각 이의 신청의 핵심은 참가인을 교섭요구 노동조합으로 확정하는 공고가 본래 게시하여야 하는 일자와 다르게 공고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위와 같은 각 이의 신청에도 불구하고 원고는 참가인과 소외 노조를 교섭요구 노동조합으로 확정하는 공고를 함으로써 참가인의 이의신청에 상응하는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공고를 하지 않는 상태가 계속 유지되고 있었던 바, 위 각 이의 신청의 내용 및 전후 사정 등 일련의 과정을 고려할 때 비록 원고의 2021.5.26.자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공고에 대한 명시적인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았지만 참가인의 위 각 이의 신청은 원고의 2021.5.26.자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 공고에 대한 이의 신청으로 보아도 무방하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의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 공고에 대하여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5 제2항, 제4항에 따른 이의 신청을 하였다고 인정된다.

나아가 위와 같이 원고는 참가인의 위 각 이의 신청에도 불구하고 위 각 이의 신청의 내용을 반영한 공고를 하지 아니하자, 참가인은 2021.5.26.자 공고기간이 끝난 날인 2021.5.31.로부터 5일 이내인 2021.6.2. 이 사건 시정신청을 하였으므로, 이 사건 시정신청은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5 제4항에서 정한 기간 내에 이루어진 신청으로서 적법하다.

다)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2 제2항에 따른 교섭요구 및 제14조의3 제1항에 따른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 절차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의 첫 번째 과정으로, 단체교섭을 요구한 노동조합이 있음을 알려 다른 노동조합이나 근로자에게 향후의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또는 단체협약 체결 과정에 참여하거나 의사를 반영할 기회 등을 제공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 한편, 이 사건 시정신청의 신청취지에 따라 참가인 지회가 교섭요구 노동조합으로 확정된다고 하더라도, 교섭대표 노동조합의 지위까지 취득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하나의 사업장에 하나의 노동조합만이 존재하는 경우에도 교섭요구사실의 공고 절차가 적용된다고 판단할 경우, 원고에게는 참가인의 단체교섭요구에 대하여 교섭요구 사실 공고 또는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 공고를 이행할 의무가 인정되고, 원고가 이러한 공고를 행하지 않은 것은 노동조합법상 강행규정을 위반한 것으로서 참가인의 단체교섭권을 침해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원고가 노동조합법 시행령에 따른 공고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참가인의 단체교섭권이 침해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는 이상, 이 사건 시정신청은 신청의 이익이 있다(원고가 이 사건 시정신청의 신청 이익이 없다는 근거로 제시하는 대법원 2017.10.31. 선고 2016두36956 판결은,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복수 노동조합이 교섭요구 노동조합으로 확정되고 그중에서 다시 모든 교섭요구 노동조합을 대표할 노동조합이 선정될 필요가 있는 경우를 예정하여 설계된 체계로서 단일한 노동조합만 존재하는 경우 교섭대표 노동조합의 개념이 무의미하다는 취지에 불과하여, 이를 근거로 이 사건 시정신청이 신청의 이익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

2) 하나의 사업장 내 하나의 노동조합만 존재하는 경우에도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는지 여부

앞서 본 바와 같이, 참가인이 2021.5.10. 원고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할 당시 원고의 사업장에는 참가인 지회만이 설립되어 있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관련 규정의 내용과 취지 등을 종합하여 보면,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3에서 정한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 절차는 하나의 사업장에 하나의 노동조합만이 존재하는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에게 참가인의 2021.5.10.자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할 의무가 있으므로, 이 부분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가)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3에서는 사용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제14조의2에 따라 교섭요구를 받은 때에는 그 요구를 받은 날부터 7일간 그 교섭을 요구한 노동조합의 명칭 등을 공고하여야 하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이러한 공고제도가 하나의 사업장에 복수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경우에 한하여 적용된다는 취지의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또한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2 제1항은 ‘노동조합은 해당 사업장에 단체협약이 있는 경우 노동조합법 제29조제1항(노동조합 대표자의 단체교섭 및 협약 체결권한) 또는 제29조의2 제1항(복수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경우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선정)에 따라 그 유효기간 만료일 이전 3개월이 되는 날부터 사용자에게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사업장에 하나의 노동조합만 존재하는 경우를 포함한 노동조합법 제29조제1항의 경우에도 동일한 교섭요구 절차가 적용됨을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규정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3에서 ‘제14조의2에 따라 교섭요구를 받은 때’는 복수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경우를 전제로 한 노동조합법 제29조의2 제1항뿐 아니라, 단수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경우도 포함하는 노동조합법 제29조제1항에 따라 교섭요구가 있는 때에도 적용된다고 해석된다.

나)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3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관한 노동조합법 제29조의2 제9항의 위임규정에 근거한 것이기는 하나, 위 위임규정은 ‘노동조합의 교섭요구·참여 방법, 교섭대표노동조합 결정을 위한 조합원 수 산정 기준 등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와 교섭비용 증가 방지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내용이므로, 복수 노동조합이 존재할 때의 교섭요구에 한정하여 위임하는 취지라고 보기 어렵다. 만일 위 위임규정이 복수 노동조합의 경우만을 전제한 것이라고 해석한다면, 하나의 노동조합만 존재하는 사업장에서의 단체교섭요구 방법 등과 관련하여서는 아무런 규정도 없는 것이 되는데, 입법자가 이를 의도하였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다)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3 제1항은 공고의 방식이 다른 노동조합과 근로자가 알 수 있도록 하여야 하는 등 노동조합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는 단체교섭을 요구한 노동조합이 있음을 알려 다른 노동조합이나 근로자에게 향후의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또는 단체협약 체결 과정에 참여하거나 의사를 반영할 기회 등을 제공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를 통해 사업장 내의 다른 노동조합으로 하여금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하게 함은 물론, 아직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근로자들로 하여금 노동조합에 가입하거나 노동조합을 결성할 기회가 제공될 수 있다.

현행 노동조합법령에 따르면, 근로자는 언제든지 사업장 내에서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고 산업별 노동조합 등 상급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도 있어서, 사용자가 노동조합으로부터 단체교섭을 요구받을 당시 해당 사업장에 2개 이상의 노동조합이 존재하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충분히 상정할 수 있다. 따라서 만일 교섭요구사실의 공고제도가 복수 노동조합이 존재할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본다면, 2개 이상의 노동조합이 존재하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용자의 주관적인 인식에 따라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 여부가 좌우될 수 있게 된다. 이는 집단적 노동관계의 법적 안정성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고, 사용자가 이를 악용할 여지도 있어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적법성이나 노동조합 대표자의 권한 등을 다투며 노동조합의 교섭요구에 응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교섭요구 사실 공고 절차를 통해 교섭요구 노동조합을 확정할 필요성도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복수 노동조합이 존재할 때만 사용자에게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할 의무가 인정된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3)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 절차를 생략한 채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 공고를 명할 수 있는지 여부

이 사건 재심결정이 원고에 대하여 ‘참가인을 교섭요구 노동조합으로 확정한 사실을 전체 사업장에 공고하라’는 시정명령을 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위법하다.

가) 노동조합법 시행령은 단체교섭에 이르기까지의 절차를 노동조합의 교섭요구 시기 및 방법(제14조의2) →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제14조의3) → 다른 노동조합의 교섭요구 시기 및 방법(제14조의4) → 교섭요구 노동조합의 확정(제14조의5) → 자율적 교섭대표노동조합의 결정(제14조의6) → 과반수 노동조합의 교섭대표노동조합 확정(제14조의7) 등 시간적 순서에 따라 단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관한 규정은 전반적으로 강행규정으로 해석해야 하므로 임의로 위 절차를 변동하여서는 안 된다.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5 제1항은 ‘사용자는 제14조의3 제1항에 따른 공고기간이 끝난 다음 날에 제14조의2 및 제14조의4에 따라 교섭을 요구한 노동조합을 확정하여 통지하고, 그 교섭을 요구한 노동조합의 명칭, 그 교섭을 요구한 날 현재의 종사근로자인 조합원 수 등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5일간 공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교섭요구 노동조합의 확정에 앞서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가 선행되어야 함을 당연한 전제로 하고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노동조합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는 다른 노동조합이나 근로자에게 향후의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또는 단체협약 체결 과정에 참여하거나 의사를 반영할 기회 등을 제공하는 데 그 취지가 있는바, 사용자가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를 거치지 아니하고 곧바로 교섭요구 노동조합을 확정하여 공고하는 것은 관련 규정에 명백히 위배될 뿐만 아니라, 교섭요구 사실 공고를 알지 못하여 교섭에 참여하지 못하게 된 다른 노동조합의 교섭 참여기회를 박탈할 위험이 있으므로, 근로자의 단체교섭권 등을 보장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을 도모하려는 노동조합법의 제정 목적에도 어긋난다.

한편, 피고는 “사용자가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나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 공고를 지연할 경우에 과반수 노동조합을 결정하는 기준일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교섭요구를 받은 날부터 7일이 경과하면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를 하지 않았더라도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 공고를 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7에 따라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는 과반수 노동조합은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 공고일의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정해지므로, 사용자가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 또는 교섭요구 노동조합의 확정 공고를 지연하는 방식으로 과반수 노동조합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려 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우려가 사용자로 하여금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 자체를 생략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위 문제는 노동조합법 제29조의2 제7항에 따른 노동위원회에 대한 시정신청을 통하거나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통하여 해결할 수밖에 없다. 또한 사용자의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 공고의 지연은 실제 사용자가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 공고를 한 날이 아니라 관련 법령에 따라 정상적으로 절차가 진행되었을 경우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 공고일이 되어야 하는 날을 기준으로 복수 노동조합의 조합원 수를 산정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다(대법원 2014.10.30. 선고 2014두38750 판결 참조).

나) 피고는,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가 이루어지지 않아 다른 노동조합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하지 못하는 문제는 이를 별도의 개별 교섭으로 보아 사용자는 그 노동조합과 다시 새로운 교섭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고도 주장한다. 이에 대해 원고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두고 개별 교섭으로 해결하는 것은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근본을 흔드는 것이어서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노동조합법 제29조의2에서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조직형태에 관계없이 근로자가 설립하거나 가입한 노동조합이 2개 이상인 경우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정하여 교섭을 요구하도록 하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규정하고, 제29조의3 제1항에서 “제29조의2에 따라 교섭대표노동조합을 결정하여야 하는 단위(이하 ‘교섭단위’라 한다)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한다.”라고 규정하면서, 제29조의3 제2항에서 “제1항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형태, 교섭 관행 등을 고려하여 교섭단위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노동위원회는 노동관계 당사자의 양쪽 또는 어느 한 쪽의 신청을 받아 교섭단위를 분리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노동조합법 제29조의3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교섭단위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란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별도로 분리된 교섭단위에 의하여 단체교섭을 진행하는 것을 정당화할 만한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형태, 교섭 관행 등의 사정이 있고, 이로 인하여 교섭대표노동조합을 통하여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는 것이 오히려 근로조건의 통일적 형성을 통해 안정적인 교섭체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 결과를 발생시킬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대법원 2018.9.13. 선고 2015두39361 판결 등 참조). 즉 교섭창구 단일화를 원칙으로 하고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교섭단위의 분리를 인정하도록 규정한 노동조합법의 입법취지를 고려할 때 교섭단위가 분리되는 경우는 제한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피고의 주장과 같이 교섭요구 사실 공고 없이 곧바로 참가인을 교섭요구 노동조합으로 확정하는 공고가 이루어진 다음 다른 노동조합이 단체교섭을 신청할 경우 위 노동조합에 대하여는 개별교섭을 진행한다고 보면,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교섭단위를 분리하는 것과 동일한 상황에 이른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참가인 지회와 소외 노조 사이에 별도로 분리된 교섭단위에 의하여 단체교섭을 진행하는 것을 정당화할 만한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형태, 교섭 관행 등의 사정이 드러나 있지 않다. 설령 교섭단위를 분리할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노동위원회의 결정 등 노동조합법이 정한 교섭단위 분리 절차를 생략하고 곧바로 교섭단위를 분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어서 부당하고,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2021.5.10. 참가인으로부터 단체교섭요구를 받았으나, 참가인을 유일한 교섭요구 노동조합으로 하는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를 하지 않았다. 원고는 2021.5.17. 설립된 소외 노조가 2021.5.18. 원고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하자 비로소 참가인과 소외 노조 양측을 교섭요구 노동조합으로 기재한 교섭요구 사실 공고문을 게시하였고, 2021.5.26. 참가인과 소외 노조를 교섭요구 노동조합으로 확정하는 공고를 하였다. 이 사건 시정신청의 취지는 ‘2021.5.18.자 참가인과 소외 노조의 교섭요구 사실에 관한 원고의 공고문을 참가인에 대한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 공고문으로 시정하여 공고하라’는 것이나, 앞서 든 증거 및 인정한 사실,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볼 때, 이 사건 시정신청을 통한 참가인의 주장은 결국 ‘원고는 2021.5.10.자 참가인의 단체교섭요구에 대해 참가인을 유일한 교섭요구 노동조합으로 하는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를 하여야 하고, 7일의 공고기간이 끝난 다음 날 참가인을 유일한 교섭요구 노동조합으로 확정하는 공고를 하여야 한다’는 취지이다.

이에 대해 이 사건 재심결정은 2021.5.10.자 교섭요구 사실에 대한 공고가 흠결되었음을 전제로 “원고는 참가인의 교섭요구를 받은 날인 2021.5.10.부터 7일간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원고에 대하여 “참가인을 교섭요구 노동조합으로 확정한 사실을 공고하라”는 시정명령을 하였다. 위 시정명령은 원고로 하여금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3 및 제14조의5를 위반하여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 절차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곧바로 참가인을 교섭요구 노동조합으로 확정함을 공고하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교섭요구 사실 공고 및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 공고에 관한 법령상 절차를 위반하는 내용의 시정명령을 하는 것은 노동위원회의 재량 범위를 벗어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라) 갑 제7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참가인은 원고 대표이사 D이 2021.5.16.부터 2021.5.17. 사이에 근로자들을 만나거나 전화하여 소외 노조 가입신청서를 받는 등 노동조합의 조직운영에 지배, 개입하는 부당노동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D을 노동조합법 위반으로 고소하였으나, 검찰은 2022.4.27. D에 대하여 불기소(혐의없음) 처분을 하였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원고를 상대로 제기된 부당감봉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은 각하 내지 기각되거나 취하로 종결되었으며, 근로기준법 위반 및 노동조합법 위반으로 고소된 사건에서도 혐의없음 또는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되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원고가 참가인의 2021.5.10.자 교섭요구에 대하여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은 데에 노동조합의 조직운영에 지배·개입하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여야 하는데,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이 같아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성수제(재판장) 양진수 하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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