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위와 같이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3자가 당해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그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당해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2.26. 선고 2010106436 판결 참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2.13. 선고 2018가합504734·527119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8민사부 판결

사 건 / 2018가합504734 근로자지위확인등

          2018가합527119(병합) 근로자지위확인등

원 고 / 12

피 고 / △△자동차 주식회사

변론종결 / 2020.01.21.

판결선고 / 2020.02.13.

 

<주 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원고 홍, , , , 호는 피고의 근로자임을 확인한다. 피고는 원고 김, , , , , , , 훈에게 고용의 의사 표시를 하라.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1 청구금액표의 청구금액란 기재 각 돈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18.1.6.부터 이 사건 2019.10.2.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 홍, , , , 호에게만 예비적으로, 피고는 위 원고들에게 별지1 청구금액표의 청구금액란 기재 각 돈 및 위 각 돈에 대한 2018.1.6.부터 이 사건 2019.10.2.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고, 별지1 청구금액표의 복지포인트란 기재 복지포인트와 재래시장상품권란 기재 재래시장상품 권을 각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 당사자들의 지위

1) 피고는 울산, 아산, 전주 등에 공장을 두고 자동차 및 그 부품의 제조·판매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다.

2) 원고들은 현재 △△엔지니어링 주식회사(이하 회사명에서 주식회사의 기재를 생략한다) 소속 근로자들로서 피고의 자동차 연구·개발시설인 이른바 □□연구소에서 시설관리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 피고와 △△엔지니어링 간에 체결된 자산관리 위탁 기본계약 등

1) 피고는 2012년경부터 매년 피고의 계열사로서 자산관리 사업을 영위하던 △△엠코와 사이에 □□연구소를 비롯한 피고 사업장의 시설 및 자산에 대한 미화, 보안, 시설관리 등 자산관리 업무를 △△엠코에 포괄 위탁·관리하도록 하는 내용의 자산관리 위탁 기본계약(이하 기본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2) △△엠코는 2014.4.△△엔지니어링에 흡수합병되었고(이하 △△엠코와 △△엔지니어링을 구분하지 아니하고 △△엔지니어링이라 한다), 피고와 △△엔지니어링 사이에 2014년에 체결된 기본계약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그 이후에 체결된 기본 계약의 내용도 대체로 동일하다). <표 생략>

3) △△엔지니어링은 기본계약에 따른 위탁업무 중 □□연구소에 대한 시설관리 업무 (이하 이 사건 위탁업무라 한다)2003.8.부터 2013.6.까지는 ○○○파트너에, 2013.7.부터 2016.5.까지는 ○○그린에, 2016.6.부터 2016.12.까지는 서비스○○에 재위탁하였다(이하 위 수급업체를 통칭하여 협력업체라 하고, 협력업체가 △△엔지니어링과 체결한 각 위탁계약을 통틀어 이 사건 위탁계약이라 한다).

4) 2013년에 체결된 이 사건 위탁계약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표 생략>

 

. 원고들의 업무 및 소속 변동 내역 등

1) 원고들은 2014년 이전부터 협력업체에 근무하면서 이 사건 위탁업무를 수행하여 왔는데, 2017.1.경 협력업체에서 퇴사하고 △△엔지니어링에 입사하여 동일한 업무를 계속 수행하고 있다.

2) △△엔지니어링은 서울 종로구에 본사를 두고 있으나 기본계약에 따른 □□연구소 자산관리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연구소 내 A지구에 △△엔지니어링 사무실을 두고 있고, 2017.1.부터는 이 사건 위탁업무를 직접 수행하고 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 5, 69, 90, 102, 189호증, 을 제1 내지 4, 13, 14, 24, 34, 36, 37, 101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현장검증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은 피고의 □□연구소 사업장에서 이 사건 위탁업무에 종사하면서 피고의 구체적인 지휘·감독 아래에서 피고에게 직접 근로를 제공하였다. 따라서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라 한다)에 따른 근로자파견 관계가 성립하고,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파견법에 따른 근로자 지위확인 및 임금지급 청구 또는 고용의 의사표시 이행 및 임금 상당의 손해배상청구를 구한다.

 

3. 판단

 

. 관련법리

파견법 제2조제1호에 의하면, 근로자파견이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위와 같이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3자가 당해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그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당해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2.26. 선고 2010106436 판결 참조).

 

. 인정사실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5, 7 내지 17, 19 내지 25, 31 내지 60, 63 내지 68, 101, 104 내지 106, 113 내지 117, 120 내지 140, 146 내지 157, 162 내지 174, 176 내지 178, 180 내지 187, 191, 196호증, 을 제24 내지 27, 31 내지 33, 79 내지 81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 이 법원의 현장검증 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피고의 □□연구소 설립 목적 및 운영 현황

피고는 1996년경 판매용이 아닌 각종 시험용 시제차를 제작함과 동시에 그 과정에서 새로이 고안·설계된 자동차의 품질 및 성능을 평가함으로써 자동차의 연구·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연구소에는 주행시험장을 제외하고 크게 A, B, C 지구로 구분되어 설계·디자인동, 각종 시험동, 파이롯트(pilot, 양산 전 시험차량)동 등 다수의 연구개발동이 설치되어 있다.

□□연구소에 근무하는 피고 소속 근로자들은 인사, 총무 등 관리업무를 수행하는 일반직, 제품기획, 디자인, 설계, 평가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연구직, 시험 운전, 장비점검, 시설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기술직으로 구분된다. □□연구소 내에서 근무하는 1만여 명의 근로자들 중 연구직 근로자는 8,560여명에 달한다.

2) □□연구소 내 피고 소속 연구개발 안전환경·시설관리팀의 현황 □□연구소는 시제차 생산 및 자동차의 연구·개발을 위하여 각 지구별로 각종 위험물을 대량으로 사용·보관하고 있고, 연구소 내에 고압가스 저장소 등이 설치되어 있어 산업안전보건법, 위험물안전관리법, 도시가스사업법 등에 따라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및 안전관리자를 선임하여야 하는 시설에 해당한다. 이에 피고는 □□연구소 내에 연구개발안전환경팀, 연구개발시설관리팀(이하 피고 안전환경팀’, ‘피고 시설관리팀이라 하고, 그 소속 근로자들을 통칭하여 피고 소속 근로자라 한다)을 두어 산업안전기사, 가스산업기사, 가스기능사 등의 자격증을 보유하고 안전교육을 이수한 근로자들을 안전관리자로 선임하여 위험물 저장시설이나 가스시설 등을 관리하고 있다.

피고 안전환경팀은 안전기획, 안전보건, 환경방재 그룹으로 구분되는데, 안전기획 그룹은 업무표준, 사전법규검토 등의 업무를, 안전보건 그룹은 공사안전관리, 유해위험기계기구관리, 승강기 관리, 보건관리 등의 업무를, 환경방재 그룹은 소방관리, 환경관리, 화공안전(위험물·가스안전관리 포함) 관리업무를 각각 담당하고 있다. 피고 안전환경팀에서 위험물, 가스, 승강기 관리업무를 담당하는 근로자들의 구체적인 업무 내용은 아래 표 기재와 같다. <표 생략>

피고 시설관리팀은 시공토건, 시공기전, 전력운영, 원동운영 그룹으로 나뉘고, 시공토건 그룹은 건물 신증축, 증개축, 유지보수 등 업무를, 시공기전 그룹은 전기·자동제어, 공조제관·배관 유지보수 등 업무를, 전력운영 그룹은 전력설비, 조명자동 제어, 수변전설비 유지보수 등 업무를, 원동운영 그룹은 연구소 내 지구별 유틸리티, 메인장비 관리 등 업무를 각각 담당하고 있다.

3) 원고들의 업무내용

이 사건 위탁업무는 크게 전기, 설비, 원동, 건축, 안전점검(위험물, 가스, 승강기) 시설관리업무로 구분되고, 원고별 업무 내용은 아래 표 기재와 같다. <표 생략>

4) 원고들의 업무수행 방식

) 업무처리 방식

이 사건 위탁업무는 자체처리 업무와 외주처리 업무로 구분되어 처리된다. 원고들은 □□연구소 내 각종 시설물과 설비 등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문제가 없는지 점검·관리하고, 점검 시 보수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자체적으로 해결이 가능한 것은 협력업체가 스스로 보수하며, 자체적으로 해결이 어렵거나 외주업체에 보수를 의뢰하여야 할 경우에는 피고에게 보고하여 외주업체에 의하여 보수가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피고 소속 근로자들은 안전환경팀이나 시설관리팀에 사고나 민원이 접수되면 협력업체 현장소장을 통하여 업무처리를 지시하거나 협력업체 근로자들과 의사연락을 주고받으며 사고 현장에 동행하기도 하였다.

피고는 전자메일을 통하여 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 업무 요청을 하기도 하였고, 협력업체 근로자들도 담당 설비나 시설에 고장이 발생한 경우 특이사항 보고형식으로 고장 위치, 내용, 보수내역 등을 피고에게 직접 보고하였다.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이 사건 위탁업무를 수행하면서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전자메일, 핸드폰 문자서비스, 카카오톡 앱 등을 이용하여 의사연락을 하였고, 피고의 위험물시설 정기점검 계획(2012)’, ‘건물 누수관련 개선계획(2013)’ 등 문건에 피고 소속 근로자와 공동으로 점검자 내지 지역별 담당자로 등재되기도 하였다.

협력업체의 현장소장은 피고로부터 주요 공지사항이나 업무협조 요청을 전자메일로 받으면 이를 그대로 전달(포워딩)하는 방식으로 협력업체 담당 근로자에게 전달하거나 협력업체 담당 근로자로부터 업무처리 내역을 전자메일로 보고 받은 경우에도 이를 피고에게 그대로 전달(포워딩)하는 방식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 업무일지 등의 작성 및 보고

협력업체는 분야별로 이 사건 위탁업무 수행 후 작업자, 작업일시, 작업장소, 작업사항 등 업무수행 결과를 기재한 일일 업무일지를 작성하였고, 일 단위로 직원들의 비번수, 연차 현황, 분야별 특이사항을 기재한 작업일보를 작성하였으며, 협력업체의 현장소장은 일일 업무일지와 주간 업무일지, 작업일보, 수리견적서 등을 피고 또는 △△엔지니어링에 송부하였다. 또한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주 단위로 위험물, 가스, 승강기 시설관리 점검 일지를 작성하여 피고에게 전자메일로 송부하였고, 협력업체의 현장소장 이 점검일지를 피고에게 송부하는 경우에도 협력업체 근로자가 작성한 점검일지를 그대로 전달(포워딩)하는 방식으로 송부하는 경우가 많았다.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피고의 남양에너지관리시스템(Namyang Energy Management System, 피고가 개발하여 2011년부터 운영한 전산 체계이다, 이하 ‘NEMS’라 한다)에 일일업무일지나 점검일지, 야간 순찰일지 등을 등록하였고, 피고는 협력업체의 현장소장에게 NEMS에 점검일지를 등록할 것을 요청하기도 하였다. 또한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피고에게 점검일지를 전자메일로 직접 발송하거나 분야별 업무 수행 내용을 피고에게 보고함에 있어서 피고의 업무용 전산시스템인 오토웨이의 계정을 배정받아 해당 시스템을 이용하여 관련 내용을 송부하기도 하였다.

협력업체의 현장소장은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하계휴가 계획서나 설·추석 연휴기간 근무계획서 등을 작성하여 피고와 △△엔지니어링에 전자메일로 송부하였다.

) 피고의 자재·설비 이용, 교육·훈련에의 참여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일부 소모성 자재를 제외하고는 이 사건 위탁업무 수행에 필요한 자재나 설비를 피고로부터 공급받았고, 자재를 사용할 때에도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마찬가지로 자재 불출대장에 사용 내역을 기재하였다.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자재 구매가 필요하면 피고에게 직접 자재 구매를 신청하였고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의사연락을 하면서 자재 입고내역 등을 확인하였다.

피고는 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도 위험물 비상대응훈련 및 안전교육등에 참여하도록 하였다.

 

.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근로자파견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갑 제4, 5, 26, 103호증, 을 제5, 7, 10 내지 12, 15 내지 17, 42 내지 45, 66 내지 74, 91, 98, 99, 103, 106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을 더하여 보면, 앞서 인정한 사실과 갑 제3, 6, 18, 27 내지 30, 61, 62, 71 내지 89, 111, 112, 118, 119, 141, 142, 158 내지 161, 175, 179, 188, 190, 192 내지 195 기재 및 영상만으로는 원고들이 피고에 대한 관계에서 파견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1) 업무수행 자체에 관하여 피고의 상당한 지휘·명령이 존재하는지 여부

) 원고들이 이 사건 위탁업무를 수행하면서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전자메일, 핸드폰 문자서비스, 카카오톡 앱 등을 이용하여 의사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협력업체의 현장소장은 피고의 업무요청 사항을 별다른 변경 없이 그대로 원고들에게 전달하는 등 피고의 지시를 그대로 전달하는 정도에 그치는 방식으로 일부 업무를 수행하기도 한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협력업체의 현장소장이 피고와 협력업체 근로자들 사이에서 전자메일을 그대로 전달(포워딩)하는 방식으로 업무지시 및 보고사항을 교환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역할이 피고의 업무지시 전달자에 그쳤다고 단정할 수 없다. 오히려 협력업체의 현장소장은 피고로부터 업무요청이 있으면 해당 분야를 담당하는 작업자를 선정한 후 그 해당 근로자에게 개별적으로 작업 지시를 하였고, 그 과정에서 작업자의 선정 및 작업 배치에 관한 결정권한은 현장소장이 독자적으로 행사하였으며, 달리 피고가 협력업체 근로자들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작업 지시를 하거나 작업 배치를 하였다고 볼만한 증거는 없다. 또한 피고가 원고들 또는 협력업체 근로자들과 의사연락을 하면서 요청하거나 보고받은 사항들은 이 사건 기본계약 및 위탁계약과 무관한 업무로 보이지 않고 오히려 자산관리 별도 협정서에서 정하고 있는 이 사건 위탁업무에 대부분 포섭되거나 그와 관련된 사항으로 보인다.

나아가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이 사건 위탁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피고와 직접 의사연락을 주고받고 그 과정에서 피고의 업무지시로 볼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이 이 사건 기본계약 및 위탁계약에서 정한 범위를 벗어나지 않고 협력업체가 피고의 노무대행기관과 동일시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존재가 형식적·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아니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의사연락 내지 업무 지시가 업무상 지휘·감독관계의 징표에만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민법 제669조에서 도급인의 업무 지시를 예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도급인은 도급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수급인 또는 그 이행보조자에게 필요한 경우 도급업무의 이행을 지시하거나 그 이행에 따른 결과의 확인·검수를 요청할 수 있고, 도급인이 수급인이나 그 이행보조자에게 지시권을 행사하였더라도 수급인이 그의 책임하에 그 일을 완성하였다면 그들 사이에 업무상의 지휘·감독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 원고들은 피고가 정한 세부업무내용, 업무계획표, 점검일지 등에서 정하고 있는 작업 내용, 방법, 순서에 구속되어 업무를 수행하였고, 그 과정에서 협력업체가 그의 책임 하에 원고들의 작업 내용이나 작업 일정을 독자적으로 정하거나 재량을 행사 할 수 없었으므로, 이를 원고들의 업무 수행 자체에 관한 피고의 구속력 있는 지시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도급계약에서도 도급인은 계약상의 급부 이행과 관련하여 급부의 종류, 범위, 시간과 장소, 순서, 내용 등을 상세하게 특정할 수 있고, 그 경우에 수급인은 도급계약에서 정한 세부사항에 따라 급부를 이행할 계약상의 의무를 부담한다. 즉 도급인이 배부한 작업계획서 등이 업무내용을 상세히 정하여 수급인이나 수급인의 근로자가 다른 방법으로 급부를 이행할 여지가 없다는 사정 그 자체만으로 업무상의 지휘·감독관계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 협력업체는 이 사건 위탁업무를 수행한 뒤 업무일지나 작업일보 등을 작성하고 이를 피고 NEMS 시스템에 등록하거나 피고 소속 근로자들에게 직접 전자메일로 발송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기본계약 및 위탁계약에 따른 자산관리 별도 협정서에서는 업무일지의 작성 및 NEMS 내 등록을 도급업무 중 하나로 정하고 있고, 협력업체에서 작성한 업무일지 등의 내용과 형식을 보더라도 피고가 이를 이용하여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근태를 관리하거나 업무수행 능력을 평가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아니 한다.

오히려 이 사건 위탁업무 중 시설물 수시점검, 민원 대응 등은 그 특성상 업무 수행 여부를 사후적으로 확인하거나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우므로 협력업체로서는 업무의 이행 여부와 도급액 청구의 근거를 제시하기 위하여 업무일지 등을 작성할 필요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사건 위탁업무 중 위험물·가스시설 등의 점검 업무의 경우에는 피고로서도 시설물 안전관리와 사고 예방을 위하여 협력업체로 하여금 점검사항과 특이사항을 업무일지로 작성하게 할 필요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원고들은 NEMS가 이 사건 위탁업무에 대한 피고의 지시 및 통제 수단으로 기능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지만, NEMS□□연구소 내 장비와 설비 등을 관리하고 장비별 점검 이력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목적에서 만들어진 사내 시스템일 뿐이고, 원고들마다 NEMSID가 개별적으로 주어진 것도 아니어서 피고가 NEMS를 이용하여 원고들의 근태나 업무 수행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도 아니한다.

2)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는지 여부

) 원고들은, 이 사건 위탁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함께 사고 원인을 파악한 후 공동으로 조치를 취하였고, 외부업체에 수리를 의뢰하는 경우에도 원고들이 현장에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동행하여 문제점을 설명하거나 외부업체의 점검·수리내역을 파악하여 피고에게 보고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하였으며, 154kV 변전소에서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혼재 또는 교대하여 전기시설 관리·점검 업무를 수행하는 등 원고들과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하나의 작업집단을 이루어 공동작업을 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변전소 교대 근무는 이 사건 기본계약 및 위탁계약에서 도급업무의 내용에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므로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들과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하나의 작업집단을 이루어 공동작업을 하였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위탁업무의 범위에는 비교적 간단한 설비 점검·보수에서부터 위험물·가스시설 점검에 이르기까지 사고 예방과 신속한 해결이 요구되는 업무까지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사안의 중대성 내지 앞서 본 업무처리 방식 등에 비추어 피고로서는 사고 원인과 대응책을 파악하고 외주업체에 의뢰할 것인지 여부 등을 파악하기 위하여 사고현장을 육안으로 확인하면서 협력업체로부터 설명을 들을 필요가 있을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원고들의 업무협조는 이 사건 위탁업무의 특수성에 비추어 그 업무수행의 범위 내에 있다고 판단된다.

) 원고들이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하나의 작업집단을 이루어 공동작업을 하였다고 보려면 앞서 본 업무 협력관계만으로는 부족하고, 원고들이 피고 소속 근로자의 결원 시 곧바로 대체 투입될 수 있다든지 피고의 상당한 지휘·감독 아래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수행하는 업무와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정도 등에 이르러야 할 것이다.

그러나 피고 소속 근로자들의 담당 업무와 원고들이 수행한 업무를 비교하여 보면 원고들에게 위탁되어 자체적으로 처리한 업무는 시설의 주기적 점검·관리, 유지·보수 등으로 상대적으로 단순·용이한 업무들이 주를 이루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위탁업무를 피고 소속 근로자들의 담당 업무로부터 분리하여 도급 형식으로 위탁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은 점, 이 사건 위탁업무에 피고 소속 근로자들의 담당 업무와 밀접하게 관련된 부분이 일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 소속 근로자들의 담당 업무의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점, 피고 소속 근로자들에게 결원이 발생할 때 원고들이 대체 투입되어 피고 소속 근로자들의 담당 업무를 동일하게 수행한 경우는 찾아보기 어려운 점(원고들이 주장하는 사정들만으로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피고 안전환경팀, 시설관리팀 근로자들의 업무를 대체하여 수행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이지 않는다),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이 사건 기본계약 및 위탁계약에서 정한 도급범위를 넘어 피고 안전환경팀, 시설관리팀의 담당 업무를 수행할 것을 원고들에게 직접 지시하거나 원고들을 감독하는 일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원고들이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하나의 작업집단을 이루어 공동작업을 하였다고 볼 수 없다.

) 원고들은 이 사건 위탁업무가 제대로 수행되지 않을 경우 연구소 가동이 중단될 위험이 있고 이는 □□연구소의 신차 연구·개발업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이 사건 위탁업무가 피고의 사업에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위탁업무는 □□연구소의 설립 목적이자 본질적 업무에 해당하는 자동차 연구·개발업무와 명백히 구별되고, 나아가 피고의 주된 업무인 자동차 제조·판매업무와도 명백히 구별된다. 따라서 이 사건 위탁업무는 피고 또는 □□연구소의 주된 업무에 불가분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것이 아니어서 이를 분리하여 도급형식으로 위탁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고, 결국 원고들이 이 사건 기본계약 및 위탁계약에서 정한 도급업무를 수행한 것이라면, 원고들이 피고의 사업장 내에서 업무를 수행한다거나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유기적인 협업관계에 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3) 협력업체가 원고들의 인사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하였는지 여부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협력업체는 피고와는 별도의 독립된 사업주체로서 이 사건 위탁업무를 수행할 근로자의 선발이나 작업 배치, 휴가 등 근로조건,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협력업체는 이 사건 위탁업무에 종사할 근로자를 개별적으로 직접 채용하고 스스로 작업 배치를 하였으며, 피고로부터 업무 지시나 요청이 오면 현장소장이 해당 분야를 담당하는 근로자에게 개별적으로 작업 지시를 하였다.

협력업체는 독자적인 취업규칙을 제정, 시행하여 근로조건, 임금, 퇴직금, 포상과 징계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자체 인사고과 정책에 따라 직원들의 업무수행 능력을 평가하여 그에 따라 인사권을 행사하였으며 자체 상조회도 두고 있었다. 또한 협력업체와 △△엔지니어링 그리고 피고 간에 근로자들의 정규 근로시간, 유급휴일, 경조사 휴가 등은 각각 다르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원고들은 연장근로를 할 경우 작업내용과 출·퇴근 시간을 기록하여 협력업체의 현장소장에게 보고하였고, 연차휴가나 출장 승인도 협력업체가 부여하였다. 현장소장은 소속 근로자들의 근로시간, 시간 외 근로시간 등을 기록한 작업월보를 협력업체 본사에 보고하였고, 협력업체의 인사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여 협력업체 근로자들에 대한 징계권을 행사하기도 하였다.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하계휴가일정이나 명절 근무일정 등이 피고에게 제출되기도 하였으나, 피고가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작업배치권 등에 관여하였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이 사건 위탁업무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비상상황발생 시 긴급대응의 필요성 측면에서 근무자 명단을 피고와 협력업체가 공유할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된다.

협력업체의 대표는 2009년경 △△엔지니어링에 □□연구소 시설관리팀 원동·설비 분야의 당직 인원을 통합하여 축소 운영하는 방안을 예비 시행하였으나 다수의 문제점이 발견되어 기존의 당직 업무 형태를 유지하고자 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는 등 □□연구소 내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인원 배치에 관하여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기도 하였다.

4)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전문성, 기술성 있는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피고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는지 여부

이 사건 위탁업무의 범위는 자산관리 별도 협정서와 남양시설관리 세부사항 및 월간업무계획에 구체적으로 한정되어 있다(별지2 참조). 남양시설관리 세부사항에서는 협력업체가 담당하는 업무의 내용, 대상 설비의 종류 및 점검사항, 유지·보수사항 등을 세부적으로 명시하고 있고, 연간계획표를 두어 이 사건 위탁업무의 유형별 작업사항, 작업일정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

한편 이 사건 위탁업무를 수행하려면 전기, 설비, 원동, 건축 등 각 분야별 점검 및 계측, 유지·보수를 위한 기술적 판단이 선행되어야 하고 협력업체로서는 자체적으로 수리가 가능하다면 바로 보수 작업을 이행하여야 하므로, 원고들이 수행한 업무가 피고 소속 근로자들의 업무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단순하였다고 하더라도 전문성이나 기술력 없이 단순 업무만을 반복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실제로 협력업체의 현장소장은 전기기사, 전기공사기사, 전기기능사, 에너지관리기능사 등 다수의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고, 이 사건 위탁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협력업체 근로자들 중 다수가 관련 분야의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원고들은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동일한 업무를 하여 그 업무가 구별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가스시설 관리업무만 보더라도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가스시설물 점검, 고장신고 접수처리, 점검일지 작성 등의 업무를 하였던 것에 비하여, 피고 안전환경팀의 가스시설물 담당자는 가스사고 예방 및 안전관리 목표를 수립하고 관련 업무표준을 제·개정하며, 가스안전 관련 각종 교육 및 훈련, 법정점검, 자체점검, 가스시설 각종 허가·신고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으므로, 양자 사이에 업무가 구별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

5) 그 밖의 사정들

) 협력업체는 시설관리, 위생관리 용역업, 시설경비업 등의 업무를 수행하던 회사들로서 서울이나 경기도 등 □□연구소 밖에 본사를 두고 있었고, 시설관리, 건물안전관리 서비스 등에 대한 ISO 9001 인증서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피고 외에 다른 기업으로부터도 시설관리 용역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었다.

피고는 이 사건 위탁업무 수행에 필요한 자재와 장비 등을 협력업체에 무상으로 제공하였던 것으로 보이지만(△△엔지니어링이 2017년 이전부터 피고로부터 각종 장비를 유상으로 임대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다), 이는 도급 업무의 원활한 수행을 위하여 피고가 협조 차원에서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고, 민법 제669조에 의하면 일반적인 도급에서도 도급인이 재료를 제공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 피고가 그 책임 하에 협력업체 근로자들로 하여금 위험물 비상대응훈련 및 안전교육등에 참여하도록 하였더라도, 이는 화재 등에 민감한 각종 위험물을 사용하는 □□연구소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피고가 산업안전보건법 제29, 64조 등에서 정한 산업재해 예방조치를 행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 원고들은, 협력업체가 지급받는 도급비를 책정함에 있어서 해당 도급인력의 인건비 단가를 기초로 도급금액을 산정하였으므로, 피고가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노동력만을 제공받았고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는 근로자파견관계의 실질이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위탁업무는 시설점검, 유지보수 등이 주를 이루고 있어 일의 완성 여부를 정밀하게 산정하기 어렵고 일정한 기간 업무가 반복되는 노무도급의 성격이 일부 내재되어 있는바, 임율도급 방식으로 도급 대가를 산정한 것은 위와 같은 도급업무 의 특수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고, 이를 근로자파견관계의 징표로 보기는 어렵다.

 

. 소결론

결국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파견법상의 근로자파견관계가 인정되지 않는 이상,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들의 근로자지위확인 및 임금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형표(재판장) 김근홍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