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업무상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므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와 같은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 그리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출퇴근 중에 발생한 사고’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근로자가 근무를 하기 위하여 순리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을 하던 중에 발생한 사고’여야 하고, 출퇴근 도중 발생한 사고로 인한 근로자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려면 ‘출퇴근 과정에서 수반되는 일반적인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사고’여야 한다. 한편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제2항 본문은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에서의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사망 등이 발생한 경우’라 함은,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사망 등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2] 망인은 업무와 무관한 친구들과의 사적 모임에서 술을 마시고 본인의 원래 거주지가 아닌 친구의 집에서 잠을 자고, 다음날 술이 완전히 깨지 않은 채 혈중알코올농도 0.082%의 상태에서 승용차를 운전하여 출근하던 중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하다 맞은편에서 정상 진행 중이던 승용차와 정면충돌하는 사고로 사망하였는바, 이 사건 사고를 ‘근로자가 근무를 하기 위하여 순리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을 하던 중에 발생한 사고’로 평가하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사고로 인한 망인의 사망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출퇴근 재해(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서울행정법원 2020.1.10. 선고 2019구합64471 판결】
• 서울행정법원 제3부 판결
• 사 건 / 2019구합64471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 원 고 / A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19.11.01.
• 판결선고 / 2020.01.10.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19.2.25. 원고에게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이 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 지위
망 B(C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는 세종특별자치시에 있는 D마트(이하 ‘이 사건 마트’라 한다)에서 근무하던 자이다.
나. 사망 사고 발생
1) 망인은 2018.9.15.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술을 마시고 본인의 원래 거주지가 아닌 친구 E의 집에서 잠을 자게 되었다. 망인은 그 다음날인 2018.9.16. E의 집에서 이 사건 마트로 출근하기 위해 F 승용차(이하 ‘이 사건 차량’이라 한다)를 운전하였는데, 같은 날 07:40경 대전시 유성구 G아파트 H동 앞 편도 6차로 도로 중 4차로를 미상의 속도로 진행하던 중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하다가 맞은 편 도로 3차로에서 정상 진행 중이던 I 운전의 승용차 정면 부분과 충돌하였고, 그 여파로 I 운전 차량이 시계 반대방향으로 회전하면서 뒤에서 진행하여 오던 J 운전 차량과 재차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하였다(위 교통사고를 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2) 이 사건 사고로 인해 망인은 사망하였고, I은 전치 12주의 요추3번 압박 골절 등의 상해를, J은 전치 1주의 경추 염좌 등의 상해를 각 입게 되었다.
3)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망인의 혈액을 채취하여 감정한 결과, 이 사건 사고 무렵 망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82%인 것으로 밝혀졌다.
4) 이 사건 사고에 관한 실황조사서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 당시 날씨가 맑았고 도로 상태는 건조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으며, 망인의 음주 외에는 이 사건 사고의 인적·차량적·도로환경적 유발요인은 없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5) 한편 망인은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죄와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죄로 입건되었으나, 대전지방검찰청 담당 검사는 망인의 사망을 이유로 공소권없음 처분을 하였다.
다. 처분 경위
1) 망인의 모친인 원고는 ‘망인이 이 사건 마트에 출근하던 도중에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라고 주장하며 피고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다.
2) 피고는 2019.2.25. ‘망인이 자신의 거주지가 아닌 친구 E의 집에서 이 사건 마트로 출근하던 도중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이는 통상의 출퇴근 경로로 볼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사고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죄와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죄의 범죄행위 중 발생한 사고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사건 사고로 인한 망인의 사망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출퇴근 재해(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기 어렵다.’라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아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1 내지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사고로 인한 망인의 사망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제1항제3호의 출퇴근 재해(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다. 판단
1) 관련 법리
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업무상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므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와 같은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9.22. 선고 2006두8341 판결의 취지 참조). 그리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출퇴근 중에 발생한 사고’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근로자가 근무를 하기 위하여 순리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을 하던 중에 발생한 사고’여야 하고(대법원 2010.6.24. 선고 2010두3398 판결의 취지 참조), 출퇴근 도중 발생한 사고로 인한 근로자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려면 ‘출퇴근 과정에서 수반되는 일반적인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사고’여야 한다(대법원 2009.4.9. 선고 2009두508 판결의 취지 참조).
나) 한편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제2항 본문은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에서의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사망 등이 발생한 경우’라 함은,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사망 등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를 의미한다.(대법원 2017.4.27. 선고 2016두55919 판결 참조)
2)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사고를 ‘근로자가 근무를 하기 위하여 순리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을 하던 중에 발생한 사고’로 평가하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사고로 인한 망인의 사망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출퇴근 재해(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가) 망인이 이 사건 사고 전날 업무와 무관한 사적인 모임에서 음주를 하였고, 이 사건 사고 무렵에도 술이 완전히 깨지 않은 채 혈중알코올농도 0.082%의 상태에서 이 사건 차량을 운전하여 이 사건 마트로 출근하게 되었다.
더욱이 망인은 편도 6차로 도로 중 4차로에서 주행을 하다가 중앙선을 넘어 맞은 편 도로 3차로에까지 침범하여 정상 진행 중이던 I 운전 차량과 충돌하였고, 이 사건 사고에 관한 실황조사서 등에 의하면 망인의 음주 외에는 이 사건 사고의 인적·차량적·도로환경적 유발요인은 보이지 않으며, 지배할 수 없는 외부적 여건으로 말미암아 망인이 어쩔 수 없이 중앙선을 침범하였다고 볼만한 사정도 인정되지 않는다. 결국 망인의 음주운전이 이 사건 사고의 주요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망인이 자의적·사적으로 음주 상태에서 이 사건 차량을 운전하여 출근을 하다가 음주운전이 주요 원인이 되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망인이 순리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근을 하던 중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나) 망인의 위 음주운전 행위는 구 도로교통법(2018.3.27. 법률 제1553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48조의2 제2항제3호, 제44조제1항에 따라 ‘6개월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의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범죄행위이고, 망인의 위 중앙선 침범행위는 구 도로교통법 제156조제1호, 제13조제3항에 따라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의 부과대상이 되는 범죄행위이며, 망인의 음주운전 및 중앙선 침범이 경합하여 발생한 이 사건 사고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제1항, 제2항 단서 제2호, 제8호에 따라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의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범죄행위이다.
망인의 음주운전을 중앙선 침범 및 이 사건 사고의 주요 원인이자 직접적인 원인으로 평가할 수 있으므로, 결국 이 사건 사고로 인한 망인의 사망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제2항 본문의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사망 등이 발생한 경우’에 해당하여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가사 망인의 음주운전 등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제2항 본문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에는 이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위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망인의 음주운전 등으로 인해 망인의 업무와 이 사건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가 단절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
라.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사고로 인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이와 같은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성규(재판장) 강지성 지선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