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2024.5.23. 선고 2022가합565743 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8민사부 판결

• 사 건 / 2022가합565743 임시대의원대회 결의 무효확인의 소 등

• 원 고 / A노동조합

• 피 고 / B 노동조합

• 변론종결 / 2024.04.02.

• 판결선고 / 2024.05.23.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1. 피고가 2020.7.17. 원고의 B지부 임시대의원대회에서 한 별지 상급단체 변경의 건에 관한 결의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서 무효임을 확인한다.

2. 피고는 원고에게 188,5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1) 원고는 전국의 금융산업 관련 업무 및 기타 사무 서비스직에 종사하거나, 종사하고자 하는 노동자들을 조직대상으로 하는 산업별 노동조합니다.

2) 피고는 C은행 소속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조직된 기업별 노동조합이다.

 

나. 이 사건 가입결의 등

1) 피고는 2016.7.1. ‘2016. 상반기 임시대의원대회’를 개최하여 “피고는 소속된 연합단체인 D단체을 탈퇴한다. 향후 상급단체 가입에 대한 사안은 전자투표 등 약식투표로 진행한다”는 안건을 가결하였다.

2) 피고는 2016.8.18. ~ 같은 달 19.에 걸쳐 “피고는 연합단체 원고에 가입한다”는 안건으로 대의원 투표를 실시하였고, 위 안건은 총 대의원 56명 중 54명이 투표에 참여하여 49명의 찬성으로 가결되었다(이하 ‘이 사건 가입결의’라고 한다).

3) 피고는 2016.8.24. 원고에게 ‘원고 지부로 상급 단체를 변경하기로 결의하였으니 가입을 요청한다’는 취지의 공문을 발송하였다.

4) 원고는 2016.8.29. ‘제2016-7차 중앙집행위원회’를 개최하여 피고를 원고의 지부로 설치하는 안건을 가결하였다.

5) 이후 피고는 2016.8.경부터 2020.6.경까지 매월 조합비 6,500,000원(= 조합원 1,000명 × 1인당 조합비 6,500원)을 원고에게 납부하면서, 원고의 중앙위원회, 대의원회, 상무집행위원회 등 참석, 임원선거 참여 등의 모습으로 원고의 지부로 활동하였다.

 

다. 이 사건 탈퇴결의 등

1) 피고는 2020.7.17. ‘2020. 임시대의원대회’를 개최하여 상급단체 변경의 건으로 “피고는 소속된 연합단체인 원고를 탈퇴한다. 향후 상급단체 가입은 대의원 결의로 한다”는 안건을 논의하였고, 위 안건은 총 대의원 59명 중 57명이 출석하여 그중 찬성 46명, 반대 6명, 기권 5명으로 가결되었다(이하 ‘이 사건 탈퇴결의’라고 한다).

2) 피고는 2020.7.21. 원고에게 “2020(제33년차) 임시대의원대회(2020.7.17.)에서 상급단체 변경의 건에 대한 의결 결과 가결(총 대의원수 59명, 참석대의원 57명, 찬성 46명, 반대 6명, 기권 5명)되어 원고를 탈퇴함을 통보하오니 조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탈퇴를 통보하였다.

3) 이에 원고는 2020.7.27. 피고에게 “원고의 지부로 편제된 이상 피고는 노동조합법에 의하여 설립된 노동조합이 아니고, 원고의 단순한 내부적인 조직이나 기구에 불과하기 때문에 노동조합법상 조직형태변경을 할 수 있는 조직체가 아닙니다”는 등의 내용으로 이 사건 탈퇴결의가 무효라는 취지의 공문을 발송하였다.

 

라. 이 사건 관련 규약 등

1) 이 사건과 관련한 원고의 규약 및 단체교섭과 쟁의에 관한 규정은 아래와 같다. <아래 생략>

2) 이 사건과 관련한 피고의 규약은 아래와 같다. 아래내용은 2013.1.18.자 개정규약과 2019.1.18.자 개정규약의 내용이 동일하다. <아래 생략>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7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내지 5, 11, 1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1) 이 사건 탈퇴결의의 안건은 ‘상급단체 변경의 건’이고, 이러한 문언은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 원고는 단위 노동조합이고, 피고는 원고의 하부조직에 불과하므로 피고가 별도로 가입한 상급단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사건 탈퇴결의를 조직형태 변경결의로 볼 수도 없다.

2) 노동조합의 하부조직은 원칙적으로 조직형태 변경을 할 수 없고, 예외적으로 하부조직이 실질적으로 하나의 기업 소속 근로자를 조직대상으로 하여 구성되어 독자적인 규약과 집행기관을 가지고 독립한 단체로서 활동하면서 조직이나 조합원에 고유한 사항에 관하여 독자적인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체결 능력이 있는 기업별 노동조합에 준하는 실질을 가지고 있는 경우이거나 독자적인 단체교섭능력이 없더라도 기업별 노동조합과 유사한 근로자단체로서 법인 아닌 사단의 실질을 가지고 있는 하부조직의 경우에만 조직형태 변경이 가능하다. 그런데 원고의 지부에 불과한 피고는 위와 같은 실질을 갖추지 못하였으므로 조직형태 변경결의의 주체가 될 수 없다.

3) 따라서 이 사건 탈퇴결의는 무효라는 확인을 구함과 함께,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탈퇴결의 이후인 2020.7.경부터 이 사건 소장 제출 직전인 2022.11.경까지의 29개월간 피고 소속 조합원 1,000명의 조합비를 미지급하였는데, 1인당 조합비가 6,500원이므로 그 합계 188,500,000원(= 29개월 × 1,000명 × 6,5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일부청구).

 

나. 피고의 주장

1) 원고의 위 1)항 주장대로라면, 피고는 2016.8.경 원고의 하부조직으로 가입하기 위한 조직형태 변경을 결의한 적도 없으므로 이 사건 가입결의는 무효이다. 따라서 피고는 처음부터 적법·유효하게 원고의 하부조직으로 전환되었다고 볼 수 없다.

2) 이 사건 가입결의가 조직형태 변경결의로 유효하다면, 피고는 원고의 하부조직으로 존재하면서도 독자적인 노동조합 또는 독립한 근로자단체의 성격을 유지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탈퇴결의도 조직형태 변경결의로 적법·유효하다.

3) 따라서 이 사건 탈퇴결의는 적법·유효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조합비를 납부할 의무가 없다.

 

3.  이 사건 탈퇴결의 무효확인 청구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노동조합법 제16조제1항제8호 및 제2항(이하 ‘이 사건 규정’이라 한다)은 노동조합이 설립되어 존속하고 있는 도중에, 재적조합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조합원 2/3 이상의 찬성에 의한 총회의 의결을 거쳐 노동조합의 조직형태를 변경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이 사건 규정은 노동조합의 해산·청산 및 신설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조직형태의 변경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노동조합을 둘러싼 종전의 재산상 권리·의무나 단체협약의 효력 등의 법률관계가 새로운 조직형태의 노동조합에 그대로 유지·승계될 수 있도록 한 것으로서, 근로자의 노동조합의 설립 내지 노동조합 조직형태 선택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노동조합의 설립 및 그 조직형태의 변경과 관련하여 이 사건 규정을 해석·적용할 때에는, 이 사건 규정의 위와 같은 실질적인 의의 및 기능을 충분히 고려하고 아울러 헌법 및 노동조합법이 보장한 근로자의 결사의 자유와 노동조합 설립의 자유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노동조합의 설립 및 조직형태의 변경에 관한 이 사건 규정 및 노동조합법 제2조제4호 본문, 제5조, 제10조와 재산상 권리·의무나 단체협약의 효력 등의 법률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조직형태의 변경 제도의 취지와 아울러 개별적 내지 집단적 단결권의 보장 필요성, 산업별로 구성된 단위노동조합(이하 ‘산업별 노동조합’이라 한다)의 지부·분회·하부조직의 독립한 단체성 및 독자적인 노동조합으로서의 실질에 관한 사정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규정은 노동조합법에 의하여 설립된 노동조합을 대상으로 삼고 있어 노동조합의 단순한 내부적인 조직이나 기구에 대하여는 적용되지 아니하지만, 산업별 노동조합의 하부조직이더라도, 실질적으로 하나의 기업 소속 근로자를 조직대상으로 하여 구성되어 독자적인 규약과 집행기관을 가지고 독립한 단체로서 활동하면서 조직이나 조합원에 고유한 사항에 관하여 독자적인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체결 능력이 있어 기업별로 구성된 노동조합(이하 ‘기업별 노동조합’이라 한다)에 준하는 실질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산업별 연합단체에 속한 기업별 노동조합의 경우와 실질적인 차이가 없으므로, 이 사건 규정에서 정한 결의 요건을 갖춘 소속 조합원의 의사 결정을 통하여 산업별 노동조합에 속한 하부조직의 지위에서 벗어나 독립한 기업별 노동조합으로 전환함으로써 조직형태를 변경할 수 있다.

또한 산업별 노동조합의 하부조직이 독자적으로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지는 못하더라도, 법인 아닌 사단의 실질을 가지고 있어 기업별 노동조합과 유사한 근로자단체로서 독립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하부조직은 스스로 고유한 사항에 관하여 산업별 노동조합과 독립하여 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의사 결정 능력을 갖춘 이상, 하부조직은 소속 근로자로 구성된 총회에 의한 자주적·민주적인 결의를 거쳐 하부조직의 목적 및 조직을 선택하고 변경할 수 있으며, 나아가 단결권의 행사 차원에서 정관이나 규약 개정 등을 통하여 단체의 목적에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추가함으로써 노동조합의 실체를 갖추고 활동할 수 있다. 그리고 하부조직이 기업별 노동조합과 유사한 독립한 근로자단체로서의 실체를 유지하면서 산업별 노동조합에 소속된 하부조직의 지위에서 이탈하여 기업별 노동조합으로 전환할 필요성이 있다는 측면에서는,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체결능력을 갖추고 있어 기업별 노동조합에 준하는 실질을 가지고 있는 산업별 노동조합의 하부조직의 경우와 차이가 없다. 이와 같은 법리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기업별 노동조합과 유사한 근로자단체로서 법인 아닌 사단의 실질을 가지고 있는 하부조직의 경우에도 기업별 노동조합에 준하는 실질을 가지고 있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 사건 규정에서 정한 결의 요건을 갖춘 소속 근로자의 의사 결정을 통하여 종전의 산업별 노동조합의 하부조직이라는 외형에서 벗어나 독립한 기업별 노동조합으로 전환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산업별 노동조합의 하부조직이더라도, 외형과 달리 독자적인 노동조합 또는 노동조합 유사의 독립한 근로자단체로서 법인 아닌 사단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자주적·민주적인 총회의 결의를 통하여 소속을 변경하고 독립한 기업별 노동조합으로 전환할 수 있고, 노동조합 또는 법인 아닌 사단으로서의 실질을 반영한 이 사건 규정에 관한 해석이 근로자들에게 결사의 자유 및 노동조합 설립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 및 노동조합법의 정신에 부합한다(대법원 2016.2.19. 선고 2012다9612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이 사건 가입결의를 통해 피고가 원고의 하부조직으로 전환되었는지에 관한 판단

피고가 이 사건 가입결의를 하면서 그 안건명을 “피고는 연합단체 원고에 가입한다”고 한 사실은 앞서 기초사실에서 본 바와 같다. 그런데 원고는 단위 노동조합들이 가입하는 연합단체가 아닌, 원고 자체가 단위 노동조합이라는 점에서 이 사건 가입결의의 적법성이 문제된다.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가 원고의 하부조직으로 조직형태를 변경하면서도 안건명을 ‘피고는 원고의 하부조직으로 조직형태를 변경한다’고 기재하지 않고 ‘피고는 연합단체 원고에 가입한다’고 기재하였지만, 이는 피고가 원고의 하부조직으로 그 조직형태를 변경하는 의사를 가졌으되 다만, 문서를 기안한 실무자가 법률용어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바람에 원고를 ‘연합단체’로 표기하고 조직형태 변경을 ‘가입’으로 기재한 표시상의 착오가 있음에 불과할 뿐, 결의에 참여한 피고의 대의원들로서는 피고가 원고의 하부조직으로 전환된다는 실제 안건의 목적과 이로 인한 법적 효과가 무엇인지를 충분히 알고 이 사건 가입결의를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가입결의를 통하여 피고는 원고의 하부조직으로 조직형태가 변경되었다.

① 법인, 법인 아닌 사단 등 단체의 회의를 소집함에 있어 회의의 목적 사항을 기재하도록 하는 취지는 구성원이 결의를 할 사항이 사전에 무엇인가를 알아 회의 참석 여부나 결의사항에 대한 찬반의사를 미리 준비하게 하는 데 있으므로 회의의 목적 사항은 구성원이 안건이 무엇인가를 알기에 족한 정도로 구체적으로 기재하여야 한다.

② 피고의 안건명에는 조직형태 변경결의, 원고의 하부조직으로 전환 등의 표현은 없지만, ‘피고는 연합단체 원고에 가입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편 피고가 이 사건 가입결의를 앞두고 조합원들에게 공지한 설명자료에 의하면, 원고를 ‘산업별 노조’라고 지칭하고 있다. 이를 통해 보건대, 피고가 원고와 대등한 지위가 아닌 원고에 속한 하부조직으로 조직형태를 변경한다는 안건의 목적을 피고의 조합원들은 충분히 이해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사건 가입결의 직전에 피고가 당초 소속되었던 연합단체인 D단체을 탈퇴하는 결의를 하였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③ 피고는 이 사건 가입결의 이후에도 자신의 규약에서 피고를 B노동조합이라고 명시하였다. 그러나 피고는 대외적으로 원고의 B지부라고 스스로 표현하기도 하였다. 또한 피고가 이 사건 가입결의 이후 원고에게 조합비를 납부한 점, 원고의 임원선거에서 피고의 조합원들이 선거권을 행사한 점, 원고의 정기대의원대회에 피고의 지부장이 대의원으로 참석한 점, 원고의 의사결정기구인 중앙위원회, 중앙집행위원회, 상무집행위원회 등에 피고의 지부장, 부지부장 등이 참석한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의 구성원들은 피고가 원고의 하부조직임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인다.

④ 이 사건 가입결의 이후에도 피고는 자신의 규약 제11조에서 “피고는 D단체에 가입한다”고 규정하였으나, 이는 이 사건 가입결의에 따른 개정을 하지 않은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다. 이 사건 탈퇴결의가 무효인지에 관한 판단

1) 이 사건 탈퇴결의가 ‘조직형태의 변경에 관한 사항’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판단

이 사건 규정은 총회의 의결사항으로 ‘연합단체의 설립·가입 또는 탈퇴에 관한 사항(제6호)’과 ‘조직형태의 변경에 관한 사항(제8호)’을 구분하고 있다. 이에 원고는, 이 사건 탈퇴결의의 안건명을 ‘조직형태 변경결의’가 아닌 ‘상급단체 변경의 건’으로 명시하였으므로 이 사건 탈퇴결의를 ‘조직형태의 변경에 관한 사항’으로 볼 수 없고, 원고는 연합단체도 아니므로 이 사건 탈퇴결의가 무효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이 사건 가입결의에 관한 판단에서도 본 바와 같이, 회의의 안건이 무엇인지는 형식적인 문언 그 자체만이 아니라 결의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이 안건의 목적과 그에 따른 법률효과가 무엇인지를 실질적으로 어떻게 이해하였는지도 중요하다.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피고는 이 사건 탈퇴결의가 있기 4년 전에 유사한 방법으로 D단체을 탈퇴하고 원고의 하부조직으로 가입하는 이 사건 가입결의를 한 점, 이 사건 탈퇴결의의 목적은 원고를 탈퇴하여 피고가 독자적인 조직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명확한 점, 피고는 이 사건 탈퇴결의를 위한 대의원대회를 앞두고 원고의 구성, 피고가 원고를 탈퇴하려는 이유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하여 사전자료를 배포한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의 하부조직인 피고가 원고를 탈퇴하는 내용의 조직형태 변경결의를 하면서도 안건명을 ‘원고 탈퇴의 건’이 아닌 ‘상급단체 변경의 건’으로 기재하였지만, 이는 피고가 원고의 하부조직에서 원고를 탈퇴하여 독자적인 노동조합으로 그 조직형태를 변경하는 의사를 가졌으되 다만, 문서를 기안한 실무자가 법률용어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바람에 원고를 ‘상급단체’로 기재한 표시상의 착오가 있음에 불과할 뿐, 결의에 참여한 피고의 대의원들로서는 피고가 원고를 탈퇴하여 원고의 하부조직에서 독자적인 노동조합으로 조직형태를 변경한다는 안건의 목적과 이로 인한 법적 효과가 무엇인지를 충분히 알고 이 사건 탈퇴결의를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탈퇴결의는 안건명의 문언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규정에서 정한 ‘조직형태의 변경에 관한 사항’의 결의에 해당한다.

2) 피고가 기업별 노동조합에 준하는 실질을 가졌는지에 관한 판단

앞서 본 관련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들, 갑 제20 내지 27호증, 을 제6, 7, 8, 10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는 원고의 단순한 하부조직을 넘어서 하나의 기업 소속 근로자를 조직대상으로 하여 구성되어 독자적인 규약과 집행기관을 가지고 독립한 단체로서 활동하면서 조직이나 조합원에 고유한 사항에 관하여 독자적인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체결 능력이 있어 기업별 노동조합에 준하는 실질을 가지고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피고는 피고의 규약에서 조합원의 자격과 범위를 C은행에 종사하는 근로자(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서 정하는 사용자 제외)로 정하고 있다. 피고는 2013.1.18.자 개정규약에서 피고의 명칭을 ‘B노동조합’이라고 명시하였고, 이 사건 가입결의 이후에 개정된 2019.1.18.자 개정규약에서도 이와 같은 명칭을 유지하였다.

② 피고가 원고에 가입하는 과정에서 피고의 조합원들에게 공지한 설명자료에는 “산별에 가입하면 협상권은 B노동조합(피고)이 아니라 산별집행부(원고)에서 갖게 되나요”라는 질문에 “피고 조합원들이 가장 우려하는 사항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협상권은 당연히 피고가 갖습니다”, “독립적 교섭권과 관련하여 산별과 충분히 협상을 하였고, 이 사안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산별에 가입을 연기할 수도 있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노사협상에 있어 피고가 주도권을 가지고 협상을 진행할 것이다”, ‘원고 내 공공기관본부(가칭)를 설립하고, 산하기관의 특수성을 반영하여 협상권은 개별기관 위원장이 보유한다는 것을 기본사항으로 협상하였고, 원고도 이에 긍정적입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를 통해 피고는 이 사건 가입결의를 통해 원고의 하부조직으로 조직형태를 변경하면서도 독자적인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체결 능력을 갖는 것을 중요하게 고려하였고, 실제로 피고가 원고에 가입한 이후인 2017.2.1. 원고가 중앙위원회에서 공공금융업종본부 신설을 의결한 것을 보면, 원고로부터 피고가 독자적인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체결 능력을 갖는 것에 대한 동의도 어느 정도 얻은 것으로 보인다.

③ 피고는 피고의 자체 규약을 통해, 중앙집행위원회라는 독자적인 집행기관을 구성하여 운영하였다. 피고의 규약 제23조제1항에 의하면 중앙집행위원회는 단체협약 및 보충협약 체결에 관한 사항(제4호), 노동쟁의의 제기 및 종결에 관한 사항(제5호) 등을 심의, 의결할 수 있다. 또한 피고는 자체적으로 조합임원(위원장, 부위원장 및 회계감사)과 지부간부(지부장, 부지부장) 및 대의원을 선출하기 위한 선거규정도 갖고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피고의 위원장 선거 등을 진행하였다.

④ 피고의 규약 제54조에 의하면, 피고의 단체교섭 및 노사협의회의 대표자는 위원장이 되고, 위원장은 필요한 경우 그 대표권을 위임 또는 공동교섭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피고는 2017.11.22.과 2020.6.10.에도 사용자(단체)를 ‘C은행’, 노동조합의 명칭을 ‘피고’로 하여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이를 신고하였다.

⑤ 피고의 규약 제55조에 의하면, 단체협약(임금협약 포함)은 위원장이 사용자대표와 체결하되, 위원장은 체결 전에 조합원 투표를 실시하여 재적조합원 과반수 투표와 투표조합원 과반수 찬성을 득하여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피고는 원고의 하부조직으로 전환된 이후인 2016.12.22., 2017.11.22., 2019.12.17., 2020.6.10. 피고 명의로 C은행과 각 임금협약 합의서를 체결하였다. 이 과정에서 원고가 2019.11.21.과 2020.3.10. 피고에게 임금 교섭 및 체결과 관련한 일체의 권한을 위임하는 내용의 위임장을 교부하기는 하였다. 이는 원고가 이전과는 다르게 2020. 임금협약 과정에서 피고의 사용자와 직접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와 마찰이 있었고 그 절충안으로 원고가 피고에게 위임장을 교부한 것이고, 이 과정에서 원고는 앞으로는 임금단체협약 체결권을 위임하지 않겠다고 하였다. 이러한 원고의 태도는 피고가 이 사건 탈퇴결의를 하는 주요 계기가 되었다.

⑥ 원고의 규약 제70조에 의하면, 원고의 위원장은 단체교섭권을 위임할 수 있으며, 이 경우 교섭을 위임받은 단위는 교섭 상황을 위원장에게 보고하여야 한다. 이에 원고는 실제로 각 지부의 합의안을 보고 받고 심의하며, 각 하부조직의 교섭 일정을 정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피고가 원고의 다른 하부조직들처럼 원고의 위원장에게 교섭상황을 보고하였는지는 증거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이러한 점 및 ②, ④, ⑤항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는 그 조직이나 조합원에 고유한 사항에 관하여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체결 능력을 원고로부터 단순히 위임받은 것이 아니라 원고와 협의를 통해 피고의 자체 규약에 따라 독자적인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 능력을 가지고 이를 체결한 것으로 보인다.

⑦ 피고가 원고의 하부조직임을 전제로, 원고가 2021.3.29. 제2021-2차 중앙위원회에서 피고 지부장 징계의 건을 결의한 사실, 2022.9.2. 제2022-4차 중앙위원회에서 피고에 대한 징계의 건을 결의한 사실이 있다. 그러나 위 징계사유는 피고 지부장이 이 사건 탈퇴결의의 유효성을 주장하며 조직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원고에게 조합비를 납부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이 사건 탈퇴결의가 유효하여 위 징계가 위법한 이상, 위 사실은 피고의 독자성을 인정하는데 방해가 될 수 없다.

⑧ 만약 피고가 실질적으로 독자적인 노동조합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피고가 조직형태 변경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기업별 노동조합과 유사한 근로자단체로서 법인 아닌 사단의 실질을 가지고 있는 하부조직’에 해당하여야 한다.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피고의 설치 경위, 정관이나 규약의 내용, 관리·운영 실태, 구체적인 활동 내용 등을 심리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1.24. 선고 2014다203045 판결 참조). 앞서 ① 내지 ⑥항에서 살펴본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는 적어도 조직형태 변경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기업별 노동조합과 유사한 근로자단체로서 법인 아닌 사단의 실질을 가지고 있는 하부조직’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3) 이 사건 탈퇴결의의 결의요건에 관한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는 어느 모로 보나 이 사건 규정에 의한 조직형태 변경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이 사건 규정에 의하면, 노동조합의 조직형태의 변경에 관한 사항은 총회를 개최하여 재적조합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여야 한다. 그리고 노동조합법 제17조제1항에 의하면 노동조합은 규약으로 총회에 갈음할 대의원회를 둘 수 있다.

한편 피고의 규약 제14조는 연합단체의 설립, 가입 또는 탈퇴에 관한 사항(제6호), 합병, 분할 또는 해산에 관한 사항(제7호)은 조합원총회의 심의·의결사항으로 두면서(이는 조직형태 변경에 관한 사항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제19조에서 조합해산을 제외하고는 대의원대회가 조합원총회에 갈음하는 결의기관이며, 그 기능은 조합원 총회와 같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관계 법령과 피고의 규약을 종합하면, 피고는 대의원대회에서 대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대의원 2/3 이상의 찬성이라는 요건을 충족하면 적법하게 조직형태 변경을 결의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가 2020.7.17. ‘2020. 임시대의원대회’를 개최하여 “피고는 소속된 연합단체인 원고를 탈퇴한다. 향후 상급단체 가입은 대의원 결의로 한다”는 안건을 논의한 사실, 위 안건은 총 대의원 59명 중 57명이 출석하여 그중 찬성 46명, 반대 6명, 기권 5명으로 가결된 사실은 앞서 기초사실에서 본 바와 같다.

이는 앞서 본 피고의 조직형태 변경 결의요건을 충족하므로, 원고의 하부조직인 피고가 원고를 탈퇴하여 독자적인 노동조합으로 존속하는 방식의 조직형태 변경을 결의한 이 사건 탈퇴결의는 유효하다.

 

라. 소결론

따라서 피고가 원고의 하부조직에서 독자적인 노동조합으로 조직형태를 변경한 이 사건 탈퇴결의는 적법·유효하고, 원고의 이 부분 무효확인 청구는 이유 없다.

 

3.  금전 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의 금전 청구는 이 사건 탈퇴결의가 무효라는 전제에서 이 사건 탈퇴결의 이후 피고가 원고에게 납부하지 않은 조합비를 지급하라는 내용이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탈퇴결의는 적법·유효한 결의이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금전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도균(재판장) 강대현 백승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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