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망인은 2016.경 이전까지 자살에 영향을 미칠 만한 정신질환을 앓았던 내력이 없고, 특별한 가정불화도 없어 자살에 이를 만한 환경적 요소는 없었다. 자살 무렵 망인은 담임교사로 근무하면서 해당 학급 소속 학생 지도과정에서 갈등을 겪었고, 학교에 대하여 학부모로부터 반복된 민원이 있었다. 망인은 정년을 앞 둔 시점에서 학교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하였으나 곧바로 수리가 되지 않아 진단서를 발급받은 후 병가를 신청하였다. 망인이 자살 전 작성한 유서에 괴로움을 호소하는 취지의 말이 기재되어 있었다.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망인은 상황을 합리적으로 인식할 수 없는 상태에서 우울증의 원인이 된 학교를 피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무작정 집을 떠나 객지에서 자살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이고, 망인이 통상적인 초등학교 교사라면 하지 않을 행동, 즉 정년퇴직을 한 학기 앞두고 사직의사를 표시하기도 한 점에 비추어 볼 때 그 심리상태는 일반적인 초등학교 교사라면 견디기 힘들 정도의 고통에 해당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망인이 사망하기 전 중증의 우울증을 진단받은 사실이 없고, 스스로 정신과 진찰과 치료를 거부하였다고 하더라도 망인이 사망한 원인이 된 우울증은 그가 교사로서 학생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생긴 질병으로서 공무로 인한 것이므로 망인의 사망과 공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 서울행정법원 제13민사부 2019.04.25. 선고 2018구합62829 판결 [순직유족보상금부지급결정취소]
♣ 원 고 /
♣ 피 고 / 공무원연금공단
♣ 변론종결 / 2019.04.04.
<주 문>
1. 피고가 2018.1.24. 원고에 대하여 한 순직유족보상금 부지급 결정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망 김○○(이하 ‘망인’이라 한다)의 배우자이고, 망인은 1978.6.경 초등학교 교사로 임용되어 2012.3.1.부터 2017.3.7.까지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사람이다.
나. 망인은 2017.2.28. ○○○초등학교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하였고, 2017.3.2.부터 2017.3.14.까지 병가 중이었다. ○○○초등학교 교감 임○○는 2017.3.6. 사직에 관한 망인의 정확한 의사를 확인하고자 통화를 시도하였으나, 망인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다. 망인은 2017.3.7. 강릉시 □□로에 있는 모텔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라. 원고는 2017.11.29. 서울특별시△△교육지원청 교육장을 거쳐 피고에게 망인의 사망으로 인한 순직유족보상금을 지급하여 달라고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18.1.24. 망인의 사망과 공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순직유족보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주문 제1항 기재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통보하였고, 원고는 같은 달 26. 이를 수령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부터 갑 제5호증까지, 갑 제7, 8, 12, 13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서울특별시△△교육지원청 교육장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원고
망인은 2016년 ○○○초등학교 4학년에 다니던 김□□ 학생(이하 ‘이 사건 학생’이라 한다)을 담임교사로서 지도하는 과정에서 위 학생과 그 가족으로부터 모욕적인 대우를 받았다. ○○○초등학교장과 교감 임○○도 망인과 이 사건 학생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망인을 부당하게 대우하였고, 그 결과 망인은 장기간 교직생활을 했던 사람으로서도 견디기 어려운 공무상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고도의 우울증 증상을 겪게 되었다. 망인은 이와 같이 우울증을 앓던 중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없게 된 상태에서 자살하기에 이르렀으므로 망인의 사망과 공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2) 피고
망인이 사망할 당시 업무가 과중하지 아니하였던 점, 경력이 긴 교사를 배려하여 달라는 망인의 의사가 직무 결정에 반영된 점, 망인은 2016.12.경부터 자택에서 휴식하다가 겨울에 정신과 진료를 받을 기회가 있었음에도 자의로 이를 거부한 점, 이 사건 학생과는 2016.10.19. 이후로 추가적인 마찰이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망인의 사망은 공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없다.
나. 관련 법리
1) 원고가 피고에게 청구한 순직유족보상금의 근거 법령은 별지 기재와 같다.
2) 구 공무원연금법(2018.3.20. 법률 제1552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제1항제2호의2 및 제61조제1항에 따라 순직공무원의 유족에게 지급하는 순직유족보상금의 지급요건이 되는 ‘공무상 질병’은 공무집행 중 공무로 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뜻하는 것이므로, 공무와 질병의 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 다만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공무원이 . 자살행위로 사망한 경우에, 공무로 인하여 질병이 발생하거나 공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이 유발 또는 악화되고, 그러한 질병으로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는 때에는 공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자살한 사람의 질병이나 후유증상의 정도, 질병의 일반적 증상, 요양 기간, 회복가능성 유무, 연령, 신체적·심리적 상황, 자살한 사람의 주위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이 때 망인의 성격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자살을 결의하게 된 데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거나 자살 직전에 환각, 망상, 와해된 언행 등의 정신병적증상에 이르지 않았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5.1.15. 선고 2013두23461 판결, 대법원 2018.6.28. 선고 2017두53941 판결 등 참조).
다. 인정사실
1) 망인의 근무이력과 업무내용
가) 망인은 1978.6.26. 초등학교 교사로 임용된 후 2017.3.8. 사망할 때까지 서울 시내 여러 초등학교에서 38년 동안 근무하였다.
나) 망인은 2012학년도부터 2016학년도까지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면서 4학년 담임교사로 보직되어 학생 생활지도, 학습지도, 학생 및 학부모 상담, 그 밖의 행정업무를 수행하였고, 주 22시간 교과과목 수업을 담당하였다. 망인은 2017학년도에 6학년 실과 과목을 전담하도록 배정받았다.
다) ◇◇◇대학교 서울◌◌병원에서 2016년경 실시한 교사 직무스트레스 및 건강실태조사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도시 초등학교 남성 교사는 그 밖의 교사 집단이나 다른 대부분의 직업군보다 감정 노동의 강도와 우울 고위험군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갑 제17호증 중 42쪽).
2) 망인의 기존질환 및 건강상태
가) 망인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사이에 급성항문열창, 기관지염, 치아상아질 우식, 손 관절 구축(拘縮), 음낭 가려움, 지루성 피부염, 복합치주염, 급성 위염, 급성 편도염, 어깨의 충격증후군 및 근막통증, 합병증 없는 대상포진, 결막출혈, 요통 등으로 진료를 받았을 뿐이고, 2016년 이전까지 자살에 영향을 미칠 만한 정신질환을 앓았던 내력이 없었다.
나) 망인은 평소 규칙적인 생활로 건강한 편이었으며, 음주나 흡연을 하지 않았다. 또한 망인은 기혼자이고, 안정된 직장이 있으며, 특별한 가정불화도 없어 자살에 이를 만한 환경적 요소는 발견되지 않았다.
3) 망인과 이 사건 학생 사이의 갈등
가) 망인은 2016학년도 ○○○초등학교에서 4학년 담임교사로 근무하면서 이 사건 학생을 지도하게 되었다.
나) 이 사건 학생의 학부모는 2016.5.4.부터 2016.10.14.까지 총 5회에 걸쳐 ○○○초등학교장에게 전화를 하거나 국민신문고, 교육청 등에 민원을 제기하는 방법으로 망인이 위 학생에게 욕설을 하였으니 이를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여달 라고 요구하였다. 그 과정에서 아래 다)항부터 바)항까지 기재와 같은 조치가 이루어졌다.
다) ○○○초등학교 교감은 망인에게 나)항 기재 민원 내용을 전달하며 그 사실 여부를 확인하였는데, 망인은 이 사건 학생에게 욕설한 것은 사실이지만, 위 학생이 체육시간에 배구공 운반을 지시하는 망인에게 욕설하거나, 노래 연습 시간에 노래를 부르도록 지시하는 데에 불만을 표시하거나, 관찰용 강낭콩 나무를 자르는 망인에게 잔인하다고 말하는 등 이상한 말과 욕설을 반복하였고, 망인이 이를 지적하며 반성문을 작성하도록 지시하여도 별다른 교육적 효과가 나타나지 아니하여 위 학생을 선도하는 과정에서 부득이 욕설하게 되었다고 답변하였다.
라) 망인은 ○○○초등학교 교감의 요청에 따라 지도하는 학급 학생들에게 공개적으로 욕설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였으나, 이 사건 학생의 학부모는 망인이 제대로 사과하지 않았고, 그 태도가 개선되지 않았다며 다시 민원을 제기하였다.
마) 망인과 ○○○초등학교 교감, 이 사건 학생의 학부모가 2016.10.19. ○○○초등학교에서 모여 이 사건 학생의 지도방안을 두고 면담을 하기도 하였다. 이 때 일어난 일에 관하여 망인은 유서에 “교무실에서 이 사건 학생의 부모, 교감 2인, 망인 5명이 앉아서 이 사건 학생에 대한 상담을 했다. 이 자리에서 이 사건 학생 아버지가 망인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려고 해서 임○○ 교감선생님이 일어나서 막았다.”라고 기재하였는데, 이는 망인이 생전에 마지막으로 작성한 유서에 기재되었다는 점에서 특히 믿을 수 있다.
바) 망인은 ○○○초등학교장과 교감 등 관리자들에게 이 사건 학생의 무례한 행동과 학부모의 민원이 반복되어 힘들다고 여러 차례 호소하였다. 위 관리자들은 망인에게 이 사건 학생의 지도 방법을 바꾸어 보도록 권하였으나, 망인은 담임교사로서 종전의 생활지도 방법을 고수하겠다고 밝혔다.
4) 망인에 대한 주변인들의 진술
2016학년도 ◍◍초등학교에서 망인과 마찬가지로 4학년 담임교사로 근무한 박○○은 “4학년 담임교사 회의에서 망인으로부터 어떤 학생 때문에 힘들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그래서 담임교사들은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평소 망인은 학생 등 누구에게 욕을 하거나 욕을 들을 행동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고, 동료교사들과 마찰을 일으키는 성격도 아니었다.”라고 진술하였다.
[인정근거] 갑 제3, 9, 11, 15, 17, 21호증, 을 제3, 4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감정인의 진료기록 감정 결과, 이 법원의 ○○○초등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지원청 교육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 단
1) 갑 제10호증부터 갑 제12호증까지, 갑 제22호증의 각 기재, 감정인의 진료기록 감정 결과, 이 법원의 서울특별시△△교육지원청 교육장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① 일선 초등학교에서는 정년퇴직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이른바 고경력 교사에게 수업시수, 담임, 동아리, 학년 배정 등 측면에서 업무 부담을 덜 수 있도록 배려하는 관행이 있었다. 그런데 망인은 ○○○초등학교에 2017학년도에는 4학년을 담당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5, 6학년 실과 과목을 배정받았고, 그에 따라 6학년 실과 과목을 선택하여 배정받았다. 망인은 사망 직전 작성한 유서에 2017학년도에 5, 6학년 실과 과목을 배정받자 6학년을 선택한 이유에 대하여 5학년으로 진학하는 이 사건 학생을 만나게 될까봐 두려워 부득이 내린 결정이라고 기재하였다. 서울특별시△△교육지원청도 망인의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자 ○○○초등학교를 방문하여 그러한 사정을 확인하였다.
② 망인은 19**. *. **.생으로 62세에 이른 뒤인 2017.8.31. 정년퇴직할 것으로 예정되었는데(교육공무원법 제47조제1항), 이를 한 학기 남겨 둔 2017.2.28. ○○○초등학교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하였다. 정년퇴직을 한 학기 남겨 둔 초등학교 교사가 사직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③ 망인이 2017.2.28. ○○○초등학교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하였으나, 교장으로부터 사직서를 처리하는 데에 시간이 필요하니, 출근하기 어렵다면 병가를 신청하라고 권유받았고, 이러한 권유를 받은 망인은 즉시 병가를 신청하고자 진단서를 발급받았다.
④ 망인은 사망 전날 집에서 쉬던 중 ○○○초등학교 교감으로부터 걸려오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같이 있던 아들에게도 “사직서 문제로 학교에서 집으로 전화가 오더라도 받지 마라.”라고 말하였으며, 그럼에도 계속 전화가 걸려오자 별다른 말없이 집을 나섰다.
⑤ 망인이 사망하기 직전 작성한 유서에는 “괴로워”, “미안해”, “힘들다”, “한 아이(이 사건 학생)를 잘못 만나 내 인생이 파괴되었다.”라는 말을 여러 차례 강박적으로 반복하여 기재하였다. 망인은 위 유서에 앞서 본 대로 이 사건 학생을 피하고자 2017학년도 6학년 실과 과목을 선택하였음을 밝히면서 “그러나 자신이 없다. 아이들이 모두 이 사건 학생과 같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어 불안하다.”라고 기재하였고, 전날 집을 나서게 된 이유에 대하여는 “교감님이 나를 또 괴롭히려고 전화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차를 가지고 뛰쳐나왔다. 무섭다.”라고 기재하였다.
2) 이러한 사실을 앞서 본 인정사실과 종합하여 보건대 사망 당시 망인은 정상적인 인식능력과 행위선택능력을 이미 잃은 상태였음을 인정할 수 있다. 즉, 망인은 이 사건 학생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학생 본인 및 학부모와 극심한 갈등을 겪었고, 위 학생에 대한 자신의 지도방법이 같은 분야의 전문가인 ○○○초등학교장이나 교감으로부터 지지받지 못한다는 사실로 인하여 큰 충격까지 받았으며, 그 결과 우울증을 앓게 되었다. 망인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계속 근무하면서 2017학년도에 5학년으로 진학하는 이 사건 학생을 피하고자 6학년 실과 과목을 선택하여 배정받았으나, 다른 학생들도 제대로 지도할 수 없으리라는 염려에 사직을 바라게 되었다. 그러나 망인은 행정절차 상의 이유로 그가 바라던 대로 빠른 시일 내에 사직할 수 없음을 알게 되었고, 사직의사를 확인하기 위한 ○○○초등학교 교감의 전화를 악의적인 것으로 오해할 정도로 상황을 합리적으로 인식할 수 없는 상태에서 우울증의 원인이 된 학교를 피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무작정 집을 떠나 객지에서 자살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망인이 통상적인 초등학교 교사라면 하지 않을 행동, 즉 정년퇴직을 한 학기 앞두고 사직의사를 표시하기도 한 점에 비추어 볼 때 그 심리상태는 일반적인 초등학교 교사라면 견디기 힘들 정도의 고통에 해당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망인이 사망한 원인이 된 우울증은 그가 교사로서 학생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생긴 질병으로서 공무로 인한 것이므로 망인의 사망과 공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비록 망인이 사망하기 전 중증의 우울증을 진단받은 사실이 없고, 스스로 정신과 진찰과 치료를 거부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인정에 방해가 되지 아니한다.
3) 이와 달리 망인의 사망과 공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본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4) 원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낙원(재판장) 박중휘 박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