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근로자는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인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여서는 아니되고, 여기서 ‘업무와 관련하여’라 함은 근로자의 업무 그 자체 또는 이에 필요한 행위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된 것이라고 일반적으로 보여지는 행위는 설사 그것이 근로자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경우라도 이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사용자인 회사는 근로자의 근무환경에 대해 배려하여 성희롱을 통하여 근로자의 인격적 존엄을 해치고, 노무제공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것을 방지해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근로자가 다른 근로자에게 성희롱을 하였다면 사용자인 회사는 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2] 근로자가 종사하던 작업의 종류, 내용, 근무형태, 계약갱신시의 신계약 체결절차의 형식, 다른 근로자의 계속근로의 유무에 비추어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이 마치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과 실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상태로 존재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적어도 근로자가 기간만료 후의 계약갱신을 기대하는 것에 합리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근로계약이 장기간에 걸쳐서 반복하여 갱신된 경우가 아니라 최초의 계약갱신의 경우라고 하더라도 사실상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와 다를 바가 없게되고, 그 경우에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갱신계약의 체결을 거절하는 것은 해고와 마찬가지로 무효로 된다.
【서울동부지방법원 2002.5.3. 선고 2001가합6471 판결】
* 서울동부지방법원 판결
* 사 건 : 2001가합6471 손해배상(기)
* 원 고 : 원고
* 피 고 : 주식회사 ○○당 외 2인
<주 문>
1. 피고들은 각자 원고에게 금 3,000,000원 및 이에 대한 2001.3.28.부터 2002.5.3.까지 연 5%, 2002.5.4.부터 완제일까지 연 2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가. 피고 주식회사 ○○당이 원고에 대하여 한 2001.3.28.자 해고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나. 피고 주식회사 ○○당은 원고에게 금 848,600원 및 2001.3.28.부터 원고를 복직시킬 때까지 월 금 839,687원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3.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각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4. 소송비용 중 원고와 피고 주식회사 ○○당 사이에 생긴 부분은 그 1/2은 원고의, 나머지는 위 피고의 각 부담으로 하고, 원고와 피고 1, 피고 2 사이에 생긴 부분은 그 7/10은 원고의, 나머지는 위 피고들의 각 부담으로 한다.
5. 제1항 및 제2의 나.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주문 제2항과 같은 판결 및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금 10,000,000원 및 이에 대한 2001.3.28.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 연 2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피고 주식회사 ○○당은 원고에게 금 30,000,000원 및 이에 대한 2001.3.28.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 연 2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 유>
1. 인정 사실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의 1 내지 3, 갑 제3호증의 1, 2, 갑 제5 내지 8호증, 을 제2호증, 을 제3호증의 1의 각 기재와 증인 박○○의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반하는 을 제4호증의 1, 2의 각 기재와 증인 김○○의 증언은 믿지 아니하며, 달리 반증이 없다.
가. 피고 주식회사 ○○당(이하 ‘피고 회사’라고 한다)은 상시 30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의류제조·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피고 1, 피고 2는 기혼여성들로서 각 피고 회사 생산부 에이(A)라인의 미싱사, 미싱보조로 일하는 자이며, 원고는 미혼으로서 2000.5.2. 피고 회사 생산부 소속 기계실 기계수리기사 보조사원으로 입사하였다.
나. 피고 1은 2000.11.8.경 원고가 거부의 의사를 표시하였음에도 그 의사에 반하여 위 피고가 일하는 생산부 A라인의 기계수리작업을 하러 온 원고의 젖꼭지 부분을 만졌고, 2001.1.경에는 등 뒤에서 원고를 껴안으려 하거나 둔부를 만지기도 하였으며, 그 무렵 피고 1, 피고 2는 “원고는 덩치가 있어서 좋다.”, “영계 같아서 좋다.”, “원고는 내 꺼야”라는 등의 말을 하면서 원고의 옆구리와 둔부를 만지는 등 원고의 몸에 의도적으로 접촉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 회사 내에 위 피고들이 원고를 가지고 놀았다는 소문까지 돌게 되었다.
다. 이에 원고는 2001.3.26. 소외 김○숙과 함께 피고 회사의 생산부장 신○돈, 총무이사 김○수를 차례로 찾아가 위와 같은 위 피고들의 원고에 대한 성희롱에 관하여 상담하였으나, 위 신○돈은 오히려 원고에게 위 피고들로부터 성희롱을 하였다는 자인서를 받아오라고 하면서 만일 자인서를 받아오지 못하면 퇴사시키겠다는 취지로 질책하였고, 이어 2001.3.27.에는 ○○3동 파출소에 원고와 위 김○숙이 회사에 소란을 피우고 있다고 신고하여 원고를 위 파출소에 연행되도록 한 다음, 무고죄로 원고를 고소하겠다느니 구속시킨다느니 위협하여 원고는 이에 겁을 먹은 나머지 2001.3.28. 개인사정으로 사직한다는 내용의 사직서를 피고 회사에 작성, 제출하였다.
2. 피고 1, 피고 2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위에서 인정한 위 피고들의 행동은 분명한 성적인 동기와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여지고, 그러한 성적인 언동은 사회통념상 일상적으로 허용되는 단순한 농담 또는 호의적인 언동의 범주를 넘어 원고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함과 동시에 원고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고 원고의 근무환경을 악화시켜 원고의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며, 이러한 침해행위는 남녀고용평등법에서 정한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하는 위법한 행위로서 원고가 위와 같은 위 피고들의 행위로 인하여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다. 따라서 위 피고들의 위와 같은 성적인 언동은 공동불법행위를 구성한다 할 것이므로 위 피고들은 원고에게 각자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금전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바, 원고의 나이, 성별, 직업 및 이 사건 신체접촉이 이루어진 경위와 그 방법 및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위 피고들이 원고에게 배상할 위자료는 금 300만 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3. 피고 회사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손해배상청구
근로자는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인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여서는 아니 되고(남녀차별금지및구제에관한법률 제7조제1항, 제2조제2호), 여기서 ‘업무와 관련하여’라 함은 근로자의 업무 그 자체 또는 이에 필요한 행위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된 것이라고 일반적으로 보여지는 행위는 설사 그것이 근로자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경우라도 이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사용자인 회사는 근로자의 근무환경에 대해 배려하여 성희롱을 통하여 근로자의 인격적 존엄을 해치고, 노무제공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것을 방지해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위 피고들이 그들이 사용하는 기계를 수리하러 온 다른 근로자인 원고에게 성희롱을 하였다면 피고 회사는 사용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
또한, 사업주에게는 직장 내 성희롱 발생이 확인된 경우 지체 없이 행위자에 대하여 부서전환, 징계 기타 이에 준하는 조치를 취하고{구 남녀고용평등법(2001.8.14. 법률 제6508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의2 제1항제2호}, 그 피해근로자에게 고용상 불이익한 조치를 하여서는 아니 될(같은 조제2항) 법령상의 주의의무가 있는바(위 개정 후의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도 위와 같은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다.), 사용자인 피고 회사가 원고의 신고를 통하여 직장 내 성희롱의 발생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해 위 법령의 취지에 부합하는 신속하고도 적절한 개선책을 실시하지 아니한 채 오히려 이를 방치하고 원고의 퇴직이라는 양보와 희생을 통한 부적절하고 불공평한 방법으로 직장질서를 유지하려고 한 점에서도 피고 회사는 사용자로서의 불법행위책임을 면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 회사도 위 피고들과 공동불법행위자로서 각자 원고에게 위에서 지급을 명한 금 3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해고무효확인
사용자가 근로자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고 이를 수리하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킨다고 할지라도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제출하게 한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하고, 이 경우 정당한 이유가 없다면 부당해고라고 할 것인바, 위에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사직할 의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고의 직장 내 성희롱 신고를 이유로 한 피고 회사의 사직강요에 의하여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므로 이러한 원고의 사직서 제출은 실질상 해고로 보아야 할 것인데, 이와 같은 해고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 회사의 원고에 대한 2001.3.28.자 해고는 무효라 할 것이고, 피고 회사가 해고의 효력을 다투고 있는 이상 그 확인을 구할 이익도 있다고 할 것이다.
다. 임금청구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 회사의 원고에 대한 해고가 무효인 이상, 원고의 피고 회사와의 근로관계는 계속되고 있다고 할 것이고, 원고가 해고기간 동안 근로를 제공하지 못한 것은 피고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이므로 원고는 부당해고기간 동안 정상적으로 일을 계속하였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고 할 것인바, 원고가 해고되지 않고 계속 근로하였더라면 월 평균 금 839,687원의 급여와 최초 근로계약기간 만료시인 2001.5.1.에 퇴직금 848,600원을 지급받을 수 있었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므로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퇴직금 848,600원 및 해고일인 2001.3.28.부터 복직시까지 월 금 839,687원의 비율에 의한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이에 대하여 피고 회사는 원고와 피고 회사 사이의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고 한다)은 2001.5.1. 기간만료로 당연히 종료되므로 피고 회사는 위 기간만료 이후의 임금은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항변하므로 살피건대, 근로계약기간을 정한 경우에 있어서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의 근로관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기간이 만료함에 따라 사용자의 해고 등 별도의 조처를 기다릴 것 없이 당연히 종료됨은 피고 회사의 주장과 같고, 갑 제8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근로계약은 기간을 1년으로 정한 계약으로서 2001.5.1.이 경과함으로써 그 최초 1년 기간이 종료되는 사실은 인정할 수 있으나, 한편 근로자가 종사하던 작업의 종류, 내용, 근무형태, 계약갱신시의 신계약체결절차의 형식, 다른 근로자의 계속근로의 유무에 비추어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이 마치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과 실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상태로 존재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적어도 근로자가 기간만료 후의 계약갱신을 기대하는 것에 합리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근로계약이 장기간에 걸쳐서 반복하여 갱신된 경우가 아니라 최초의 계약갱신의 경우라고 하더라도 사실상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와 다를 바가 없게 되고, 그 경우에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갱신계약의 체결을 거절하는 것은 해고와 마찬가지로 무효로 된다고 할 것인바, 피고 회사의 근로자들은 1년마다 근로계약을 갱신하는 형태로 근무하여 오고 있는데 근로자가 원하지 않는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갱신계약이 체결되어 왔고, 그 갱신계약의 체결비율이 80% 이상에 달하는 사실, 원고는 특별한 기능이나 자격을 요하지 않는 기사보조 사원으로서 계속 고용을 기대하고 피고 회사에 입사하여 이 사건이 발생하기 이전까지 성실히 근무하여 온 사실은 각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7호증, 을 제3호증의 4, 8, 을 제4호증의 1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으므로, 원고는 사실상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라고 할 것이어서 이 점을 지적하는 원고의 재항변은 이유 있고, 결국 피고 회사의 위 항변은 이유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피고들은 각자 원고에게 위자료 금 3,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위 불법행위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2001.3.28.부터 피고들이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02.5.3.까지 민법에 정한 연 5%, 2002.5.4.부터 완제일까지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에 정한 연 25%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피고 회사가 원고에 대하여 한 2001.3.28.자 해고는 무효라고 할 것이며,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퇴직금 848,600원 및 해고일인 2001.3.28.부터 원고를 복직시킬 때까지 월 금 839,687원의 비율에 의한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각 인용하고, 각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성호(재판장) 김연학 정재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