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제1호, 제37조에 따른 ‘업무상의 재해’에 포함되는 ‘업무상 질병’은 근로자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유해・위험 요인을 취급하거나 그에 노출되어 발생한 질병, 업무상 부상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 그 밖에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질병으로서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고,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 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증명이 있는 경우에 포함되는 것이고, 이때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과의 인과관계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에는 근로자의 본래의 업무에서 비롯된 것뿐만 아니라 사업주가 주관하거나 사업주의 지시에 따라 참여한 행사나 행사준비에서 비롯된 과로나 스트레스도 포함된다.
▶ 건설회사의 현장소장인 원고의 남편이 공사수주 및 안전 등을 기원하기 위하여 매년 개최되는 겨울철 산행행사에 참여하여 등산을 하다가 정상 부근에서 쓰러져 급성 심장사 의증으로 사망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추운 날씨에 개최된 산행행사에 망인이 참여함으로써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수준인 기초질병이나 기존 질병 등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되어 급성 심장질환으로 발현되었고 그 결과 망인이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판단하고, 이와 달리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 대법원 제1부 2018.06.19. 선고 2017두35097 판결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 원고, 상고인 / 원고
♣ 피고, 피상고인 / 근로복지공단
♣ 원심판결 / 부산고등법원 2017.1.18. 선고 2016누22773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준비서면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제1호, 제37조에 따른 ‘업무상의 재해’에 포함되는 ‘업무상 질병’은 근로자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유해・위험 요인을 취급하거나 그에 노출되어 발생한 질병, 업무상 부상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 그 밖에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질병으로서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고,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 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증명이 있는 경우에 포함되는 것이고, 이때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과의 인과관계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4.13. 선고 2011두30014 판결 등 참조). 여기서 말하는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에는 근로자의 본래의 업무에서 비롯된 것뿐만 아니라 사업주가 주관하거나 사업주의 지시에 따라 참여한 행사나 행사준비에서 비롯된 과로나 스트레스도 포함된다.
2.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의 남편인 소외인(이하 ‘망인’이라고 한다)은 2013.4.8. 주식회사 ○○○○에 입사하여 원주-강릉 철도건설 제10공구 노반 시설・기타공사 현장에서 현장소장으로 근무하던 중, 2015.2.28.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에 있는 청태산(높이 약 1,194m)에서 위 회사가 개최한 ‘2015년 수주/안전기원 산행 행사’(이하 ‘이 사건 행사’라고 한다)에 참여하였다.
나. 망인이 근무하던 회사는 매년 1~2월경 한 해 동안의 공사수주 및 안전을 기원하고 단합을 도모하기 위해 산행 행사를 개최하였는데, 강원도 소재 공사현장 소장으로 근무하던 망인은 이 행사에 반드시 참석하여야 했다. 망인을 비롯한 회사의 임직원 등은 2015.2.28. 10:00경 청태산 자연휴양림 주차장에 집결하여 10:30경 산행을 시작한 후, 약 2㎞를 등산하여 1시간 20분 후 청태산 정상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망인이 11:50 경 청태산 정상 표지목 근처에 이르러 갑자기 쓰러졌고, 12:45경 119구조대 헬기로 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같은 날 13:27경 사망하였다. 망인의 사망진단서상 사인은 ‘급성 심장사 의증’이다.
다. 이 사건 행사 당일 최고기온은 영상 3.7°C, 최저기온은 영하 9.5°C이고, 평균기온은 영하 2.2°C이었다. 한편 망인은 1972년생으로 2013.11.경부터 2013.12.경까지 알코올성 간질환으로 치료를 받았고, 2014.10.27. 실시한 건강검진결과 망인에 대하여 ‘이상지질혈증, 간장질환, 고혈압 의심, 체중 감량 등’의 소견이 있었다.
라. 제1심 법원의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는, ‘등산, 빠르게 걷기 등은 기존 심장질환(관상동맥질환 등)이 있는 경우 그 질환을 더욱 악화 킬 수 있고, 급성 심장사의 위험도 증가하게 되며, 겨울철 낮은 기온도 급성 심장사의 발생을 증가시킬 수 있다. 겨울철 운동이 망인의 기존 질병 악화 및 심장사 유발에 일정 부분 원인이 되었음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라는 취지였다.
3.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판단된다.
가. 망인의 사망은 이 사건 행사 도중에 일어난 것이고, 이 사건 행사는 위 회사의 지배・관리 하에서 진행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나. 당시 최저기온이 영하 9.5°C, 평균기온이 영하 2.2°C인 추운 날씨에 1시간 20분 동안 약 2㎞의 거리를 등산한 것은 평소 등산을 하지 않았던 망인에게는 힘든 산행으로서 상당한 과로 또는 스트레스를 야기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다. 망인의 기초질병이나 기존 질병의 자연적인 진행 경과만으로도 급성 심장사가 발병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으나, 등산과 겨울철 낮은 기온이 망인의 기존 질병을 악화시켜 급성 심장사의 위험을 증가시켰을 수도 있다는 취지의 의학적 소견이 있었고, 망인에게 비만, 고지혈증, 고혈압 등의 급성 심장사의 위험인자라고 볼 수 있는 기존 질환이 있기는 하였으나 망인이 평소에 별 이상 없이 근무해 온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기존 질환이 자연적인 진행경과만으로 급성 심장사를 일으킬 정도로 중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라. 따라서 추운 날씨에 개최된 이 사건 행사에 망인이 참여함으로써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수준인 망인의 기초질병이나 기존 질병 등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되어 급성 심장질환으로 발현되었고, 그 결과 망인이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4. 그럼에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였으므로,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업무상 재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상옥(재판장) 이기택 박정화(주심)